[스크랩] 이제야 [시의 초막에서 띄우는 詩] 두 다리로 걷다가 다리 하나를 잃어 버렸다 이제야 넓은 들을 바라보았다 -최영록, <이제야> 전문 누가 초원의 집을 보았는가 푸른 초원속에 외다리로 뿌리를 내리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나무, 수많은 가지들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평생을 붙박이로 살아가..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끊어져버린 쇠를 따뜻하게 녹인 玉이 있었으니, 바로 송강 鄭 澈의 여인 眞玉이다. 육체적 사랑을 뛰어 넘어 진정한 예술인의 정을 함께 나눈 정철과 진옥의 우정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극중 한 장면) 송강 정철(1536~1593) 초상 신분을 벗어나 서로를 배려하는 진솔한 사랑은 존경과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송강 정철의 묘소 지금도 달밝은 밤이면 진옥과의 애절한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이윽고 꽃 진 자리에 그 향기 더 붉다 올 여름 유별났던 폭염과 태풍을 잘도 견뎌 낸 수수가 고개를 숙이고 갈볕에 기도하며 몸을 말리고 있다. 오미자 머루 다래 등 자연이 선물한 온갖 열매들이 조롱조롱 가을을 구워내리고, 철이른 억새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수면위로 한사코 고개를 내민다. 홀로 쓸쓸했을 밤마다 뿌렸을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여름 시냇가에 잠시,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시냇가에 머물며 문경부청계 (問徑俯淸溪)/ 문 앞길은 시냇물을 굽어보고 있고 모첨고목제(茅첨古木齊)/ 누옥의 처마와 고목이 어우러졌다 홍진비불도(紅塵飛不到)/ 세상 티끌 날아와 닿을 수 없으니 시유수금제(時有水禽啼)/ 때때로 물새 소리만 들려 올 뿐이다 순수 절규 중국 당나라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산마을 초막에 머무는 즐거움 세상에 잠시 세들어 사는 산마루 등성이에 다소곳이 엎드려 있는 詩의 초막 (한국시인문화연구소 부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치유하고자 가끔씩 머무는 이곳이 제게 제일 좋은 것은 오랜 떠돌이 사회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고요히 가다듬으면서 제 자신 시간에, 세상에 세 들..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아주 늦기 전에 산에 들자, 일찍 산에 살자 [詩의 초막에서 부치는 詩 한 편] 산이 좋아 산에서 무한고요를 들여다봅니다 한창 일할 때 어느 시절 모퉁집 사립문에 매달린 조등弔燈 하나 문설주 붙잡고 덜덜 떠는 소리 들렸지요 저리 죽어 버리면 참 억울하겠구나 후회하지 않으려면 뭘 어찌해야 하나 그냥 천근고요 머무는 산중에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두 개의 달과 푸른 병동 [병실 창가에서 띄우는 시 한 편] 서대산 어느 암벽 벼랑끝에 걸려 있는 암자의 비구니로부터 바람결엔가 꿈결엔가 문자가 날아왔다 6월 들어 초록꽃 향기로우니 보드란 풀싹 한 보시기의 공양도 괜찮다고 그 초여름 짙어지기 전 뒤뚱거리는 걸음이나마 한 번 찾겠노라고 서투른 답신을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선생님! 단지 산수유 몇 송이 피었을 뿐입니다 그 곳에도 키작은 찔레는 큰 나무들이 싹을 내밀기 전에 잎새를 서둘러 피우고 있겠지요. 골안개처럼 푸릇푸릇 피어나는 들꽃만이 이 계절을 반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 해의 결실을 바라는 씨앗이 가득한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산비탈 뙈기밭으로 향하는 아낙네들의 발걸음에..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효정(斅井/ 최고야)의 명상 1 [숲에서 풍겨오는 아, 4월의 향기여 -만해] 내설악 푸른 산길을 걸어서 오랫만에 허위단심 백담 숲길을 걸었습니다. 높고 짙푸른 갈매빛 산마루를 여릿여릿 떠가는 구름이 어서 오라, 오너라 손짓하며 반가이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홍진에 묻혀 사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며 솔바람도 솔솔 불어와 제 때묻은..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
[스크랩] 3월의 진눈깨비 나풀거리는 주말 오후, 문득 겨울바다의 봄바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하늘 바닷길에 촘촘한 저 해송 이 세상 풍경 아니다 모래톱 등성이마다 톱질하는 파도달빛이 이슥하다 먼 바다 진군해 온 어둠 사위 한입 물어 삼키고 바닷새 울음소리 접고 노을 한 자락 물어 와 둥지 틀고 온밤 내 파도갈퀴로 바다 밑바닥을 되질하네 -최영록, <파..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201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