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여름 시냇가에 잠시,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 키키 ♤ 2012. 11. 6. 03:29

 

 

 

 

시냇가에 머물며

 

 

문경부청계 (問徑俯淸溪)/ 문 앞길은 시냇물을 굽어보고 있고

 

모첨고목제(茅첨古木齊)/ 누옥의 처마와 고목이 어우러졌다

 

홍진비불도(紅塵飛不到)/ 세상 티끌 날아와 닿을 수 없으니

 

시유수금제(時有水禽啼)/ 때때로 물새 소리만 들려 올 뿐이다

 

 

순수 절규

중국 당나라 헌종, 목종, 경종, 문종의 4조朝에 걸쳐 활약하였던 재상이자 시인인 배도裴度(765~839)의 시입니다.

시냇물과 초가, 고목과 물새 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그 가운데 존재합니다.

세상 티끌은 어디에도 날아와 붙을 수 없는 청빈의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족합니다.

왜 그런지 이 시를 읽으면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온갖 분진 속에서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하나의 '순수 절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때때로 들려오는 물새 소리 하나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물새 소리가 집착과 욕망의 허물을 벗겨주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바람을 벼르는 한 여름에,

 

 

출처 : choigoya
글쓴이 : 최고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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