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산마을 초막에 머무는 즐거움

° 키키 ♤ 2012. 11. 6. 03:26

 

 

 

세상에 잠시 세들어 사는 산마루 등성이에 다소곳이 엎드려 있는 詩의 초막 (한국시인문화연구소 부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치유하고자 가끔씩 머무는 이곳이 제게 제일 좋은 것은 오랜 떠돌이 사회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고요히 가다듬으면서 제 자신 시간에, 세상에 세 들어 살던 나그네 삶을 잠시 접어두고 제 삶의 주인으로서 비로소 저 자신을 깨치게 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온갖 새소리들을 공짜로 들을 수 있고, 맑고 신선한 공기로 하루 종일 숨 쉴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또 초막 정수리의 땅속에서 솟구치는 석간수를 마음껏 마시며 역시 공짜로 목마른 푸나무들에게 베풀 수 있다는 점이 무한기쁨을 안겨줍니다.

  그런가 하면 상추며 쑥갓 깻잎 호박과 쪽파 도라지 민들레 더덕 곰취 등 친환경 채소며 청정 산나물들을 하나 둘 따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 두 눈을 부릅뜨는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하늘과 땅과 직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럴 때면 제 자신이 각박한 물물거래, 교환가치에 길들여져 지금껏 허둥대며 왜 그렇게 살아왔는가 반성하게도 됩니다.

  그렇게 대자연은 땅과 하늘에, 산천초목에 머리 숙여 경배하며 일하는 자, 땀 흘리며 노력하는 자에게는 무한히 정직하게 베푼다는 사실을 세삼 깨치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한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말끔히 치유되어 가는 것 같아 요즘의 하루하루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합니다.

 

 

 

 

시의 초막 뒷산에 안개가 드리울 때면 내 몸속 깊숙히 들어와 박혀 있던 탐욕과 어리석음이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녹아내림을 느끼게 된다.

 

 

 

 

조금 더 오르면 뇌리를 짓누르던 온갖 허황한 것들이 산꼭대기 바위틈에 꼼짝없이 갇혀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킨다.

 

 

 

 

아! 저 높은 산구릉의 소나무는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북풍한설 온몸으로 견디며 붙박이로 살아가면서도 아무런 불평이 없는데, 하물며 인간이라 자처하는 나는 무엇을 더 얻으려 아직도 이승을 고단한 나그네되어 떠돌고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다.

나무사이 그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무 우듬지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뽀얀 우윳빛 숲 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다.

나무처럼 싱그런 오늘은 아마 여름의 깊숙한 또 하나의 여름이었을 것이다.

 

 

 

 

                                                시인들을 위한 연꽃잎을 띄운 산유화 차

 

 

 

 

 

 

 

 

 

 

출처 : choigoya
글쓴이 : 최고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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