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조선, 박성춘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백정이라는 직업을 지닌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호적도 없고 이름도 되는대로 불렸으며 길을 걸을 땐 허리를 굽혀야 했고 갓도 쓸 수 없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그냥 도살장의 고기 써는 기계취급을 받았다.어느 날 박성춘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백정 놈 죽나 보다" 하며 거적때기에 말아 버리려 했고 동네 의원조차 "천한 몸에 손댈 수 없다"라며 진료를 거부했다.그가 죽어가던 그날 밤, 낡은 초가집 문이 열리고 한 '외국인'이 들어왔다. 고종 황제의 주치의였던 캐나다 의사 올리버 에비슨 (Oliver Avison)이었다.왕의 몸을 만지던 그 귀한 손이 똥오줌과 피고름으로 뒤범벅된 백정의 몸을 덥석 잡았다. 에비슨은 며칠간 그를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