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머물며
문경부청계 (問徑俯淸溪)/ 문 앞길은 시냇물을 굽어보고 있고
모첨고목제(茅첨古木齊)/ 누옥의 처마와 고목이 어우러졌다
홍진비불도(紅塵飛不到)/ 세상 티끌 날아와 닿을 수 없으니
시유수금제(時有水禽啼)/ 때때로 물새 소리만 들려 올 뿐이다
순수 절규
중국 당나라 헌종, 목종, 경종, 문종의 4조朝에 걸쳐 활약하였던 재상이자 시인인 배도裴度(765~839)의 시입니다.
시냇물과 초가, 고목과 물새 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그 가운데 존재합니다.
세상 티끌은 어디에도 날아와 붙을 수 없는 청빈의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족합니다.
왜 그런지 이 시를 읽으면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온갖 분진 속에서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하나의 '순수 절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때때로 들려오는 물새 소리 하나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물새 소리가 집착과 욕망의 허물을 벗겨주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바람을 벼르는 한 여름에,
출처 : choigoya
글쓴이 : 최고야 원글보기
메모 :
'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끊어져버린 쇠를 따뜻하게 녹인 玉이 있었으니, 바로 송강 鄭 澈의 여인 眞玉이다. (0) | 2012.11.06 |
---|---|
[스크랩] 이윽고 꽃 진 자리에 그 향기 더 붉다 (0) | 2012.11.06 |
[스크랩] 산마을 초막에 머무는 즐거움 (0) | 2012.11.06 |
[스크랩] 아주 늦기 전에 산에 들자, 일찍 산에 살자 (0) | 2012.11.06 |
[스크랩] 두 개의 달과 푸른 병동 (0) | 201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