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두 개의 달과 푸른 병동

° 키키 ♤ 2012. 11. 6. 03:16

 

[병실 창가에서  띄우는 시 한 편]

 

 

서대산 어느 암벽 벼랑끝에 걸려 있는 암자의 비구니로부터 바람결엔가 꿈결엔가 문자가 날아왔다

6월 들어 초록꽃 향기로우니 보드란 풀싹 한 보시기의 공양도 괜찮다고

 

그 초여름 짙어지기 전 뒤뚱거리는 걸음이나마 한 번 찾겠노라고 서투른 답신을 보냈다

 

불과 1분 여를 사이 두고 계룡산 수도원에 머물고 있는 시인수녀가 모대학 학술세미나 참석했다 알았다며 초강하고 결곡한 자태 뽐내는 난화분을 보내왔다

 

나는 비좁은 병실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창가로 고개 갸웃거리며 보름 향해 치닫고 있는 두 개의 달을 떠올렸다

오른쪽 다리가 부러져 꼼짝할 수 없어도 왼쪽  다리가 전혀 가까이 갈 수 없고 대신할 수도 없는 각박한 인체의 자리 다툼

 

지독한 풍요와 넘치는 궁핍이 오밀조밀 꿰매지고 동여지는 사방팔방 하얀공간에서

무수한 대화 따위가 전혀 필요치 않는 툭 불거진 내 목울대로 꿀꺽! 넘어가는 두 개의 달

 

죄도 없이 죄 지어 더욱 숨 가쁜

10분 앞서가는 꽉 조인 하루가 크레졸 냄새 풍기며 시름시름 앓다가 자객처럼 지나가고 있다

 

                                                                                                                              -최영록, <두 개의 달과 푸른 병동> 전문

 

 

*사랑하는 여러 친구님들!

평소  남의 일로만 여겨왔던 교통사고가 나에게도 결국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식을 뒤집으며 순간에 일어납니다.

모두 몸 조심하시길 빕니다.

 

윤사월 지나 여름에의 서막을 알리는 6월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 쯤이면 사각이는 댓잎 부딛치는 소릴 들으러 먼길을 떠나고 싶다.

숲은 깊고 마냥 느리다.

더디게 걷고 싶은 푸른길이 마음속에서 싱그런 숲맥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사방이 흰벽으로 둘러져진 병실에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끊임없는 육체와 감정노동의 불협화음.

강렬한 지적 자극과 감정 충전으로 에너지를 한 가득 얻어 모든 님들 '건강한 개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른바 적극적인 너무나도 적극적인 절대고독의 향유이려니.

 

 

 

 

 

출처 : choigoya
글쓴이 : 최고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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