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겨울의 춤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18
[스크랩]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스크랩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줄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테니까..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9
[스크랩] 겨울 냉이 폭풍한설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냉이는 자란다 낙엽과 지푸라기 아래 숨어 봄을 기다리는 냉이, 행여 들킬세라 등 돌리고 있는 냉이를 더듬더듬 찾아내어 검불을 뜯어낸다 봄 내음이 나는 냉이국을 먹으며 낙엽과 지푸라기 속에서도 목숨을 지켜 마침내 싹을 틔워낸 냉이를 생각한다 가..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9
[스크랩] 겨울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이의웅 꺾인 허리 아프다고 갈대는 서걱거리고 잿빛하늘 강물마저 희뿌옇게 물들었다. 쉼 없이 자맥질하는 오리떼 물너울이 둥그렇게 파문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너울처럼 뱅글뱅글 웃음 띤 젊은 한쌍이 어깨 높이 나란히 강둑을 걷고 있다. 잿빛 벗어난 파란 하늘 한점..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8
[스크랩] 달전을 부칩니다 달전을 부칩니다 신혼 때부터 즐겨 먹던 것입니다 애호박을 썰어 부친 것을 달전이라 합니다 달처럼 둥글다고 해서이지요 비탈진 언덕 호박꽃 같은 신혼집에서 벌처럼 붕붕대며 늦은 저녁과 함께 부쳐 먹곤 했습니다 남편은 달전을 먹으며 호박처럼 둥글둥글 살아가자고 했습니다 보름..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5
[스크랩] 숟가락의 운명 밥집에 앉아 밥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 위에 놓인 숟가락 골똘히 들여다본다 숟가락 맨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는 누구일까 출생년도와 출신지를 알 수 없는 이 숟가락 든 손 얼마나 될까 한탄과 눈물로 숟가락 든 이가 있을 것이다 겸허와 감사로 숟가락 든 이도 있을 것이다 이 숟가..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5
[스크랩] 솟구쳐 오르기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5
[스크랩] 기다림 근처 밤늦은 시간 버스정류장에서 취객 몇이 비틀거리는 방향을 서로 가누고 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버스는 올 것인지 기다리는 버스는 대체 오기나 할 것인지 알려주거나 물어오는 이도 없고 누군가는 기다림을 접고 정류장을 빠져나가고 또 누군가는 무작정 기다린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5
[스크랩] 사랑의 역사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2.01
[스크랩] 허공의 무게 나무 한 그루, 베어지고 없다 감또께 떨어지면 떫은 풋느늘도 제법 만들던 남의 집 나무 창만 열면 보이던 감나무가 아침에 보니 없다 나무 없는 이 자리로 바람이 왔다가 멈칫거릴 순간 새들이 왔다가 길을 잃을 순간 그런 순간 같이 내 것 아닌 것이 내게로 걸어와 내 앞에서 멈칫거리는.. 예쁜시 * 글 · 예쁜 편지지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