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방

비상구 / 조 은 미 인생의 미로 어둠의 나락 벽, 벽, 벽 ! 희망 없어 타는 가슴 주저앉고픈 절망 내가 너를 잘 아노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 비상구 한줄기 빛 나를 감싸시는 그 사랑 빛 따라 걷는 길 고통도 지나고 슬픔도 지나가네

출구를 기다리며 / 潭沼 (담소) 조 은 미 어둠이 삼켜 버린 입구 희미한 빛 미로 속 외길 더듬더듬 빛 따라 걷는 길 어둠속 만나는 태고의 신비 환상의 나래 머무는 형상 어둡고 축축한 길 숨차는 고통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 미로의 끝 희망의 출구 돌아보면 아름답지만 머물 수 없는흔..

인연 / 담소 조 은 미 꽃다운 나이 부부로 만나 50년 함께 한 세월 미운 정 고운 정 나인지 당신인지 주름진 얼굴 여윈 손 굽은 허리 세월이 내려앉은 가녀린 어깨 반신불수 20여년 남편의 팔 다리 되어 더 이상 나이기를 체념한 숙명 꺼진 눈매 애잔함 흐르고 마주 잡은 손 힘없는 미소에 얹..

어느 기다림 / 조 은 미 열아홉 새색시 가슴 맺힌 한 잠깐 다녀온다며 나간 낭군 소식 없는 기다림 무심한 전사 통지서 달랑 한 장 꿈에도 그리던 님 그 님 간 것 믿기지 않아 낭군 줄 두루마기 곱게 지어 장롱 속 넣어 놓고 피토하는 그리움 님인듯 쓸어보는 섬섬 옥수 빛 바랜 사진속 멀어..

바람은 / 조 은 미 손가락 사이로 햇살 흐르는 어느 오후 코끝에 스치는 향기로운 바람 보라 넘치는 물결 강이 되고 오늘의 새 닻이 되네 창공의 뭉게구름 따라 목이 길어지는 당신이여 가까이 들리는 건 누구의 발자국인가 더 가까이로 나뭇가지 푸르게 드리우네

꽃에게 / 조 은 미 언제나 내 곁으로 다가와 살고 있구나 꽃, 꽃, 꽃아 겹겹이 껴안은 꽃잎 속에 덮고 다시 덮는 함박꽃이구나

뜨락에서 / 조 은 미 닫혔던 가슴 살포시 열고 아스라이 멀어진 날들 다시 되새기면 거기 밀어오는 나붓한 시(詩)의 물결 그 때 그 시절 나무도 시가 되고 풀도 시가 되는 모든 것은 시였구나 가슴에 뜬 달 메마른 가지에 빛이 되고 소롯한 바람길 따라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 마음..

아침을 기다리며 / 조 은 미 안개 드리운 바닷가 아무도 열지 않은 새벽 희뿌연 해무 속 갯바위 걸터앉은 오롯한 외로움 찰싹찰싹 정겨운 파도 모래톱 간질이고 코끝에 스며드는 바다 내음 찰랑대는 그리움 안개 건너 숨은 해님 장난꾸러기 심술 살짝 눈 감고 꼭꼭 걸어 잠근 회색빛 세상 ..

단비 내리는 날 / 조 은 미 똑똑 또도독 기다리던 님의 노크 소리 콩닥콩닥 뛰는 가슴 살포시 문 열고 반가운 님 마중 부드럽게 흐르는 님의 숨결 메마른 대지 적시고 촉촉한 대지의 품안에 사랑이 어우러진 희망의 합창 푸르름이 살아나는 생명의 환희

강변의 찻집에서 / 조 은 미 온통 강이 들어찬 창문 너머 잔잔한 고요가 여울져 흐르고 눈부신 햇살에 일렁이는 물비늘 눈 안에 들어오는 넓어진 세상 입가엔 미소가 머물고 양팔 벌려 들이쉬는 환희 평화가 가슴에 차고 마음은 호수가 되네 오후 햇살 따스한 찻잔 위로 은빛 물결 따라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