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자랑 유명한집

[스크랩] [서대문] 대성집 - 도가니탕의 지존, 그러나.....

° 키키 ♤ 2013. 10. 24. 00:04



제 식도락 스승인 친구와 서대문에 나갔다가

오래간만에 도가니탕의 명가 서대문맛집 <대성집>을 방문했습니다.

<대성집>은 60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있는 노포로 아주 유명하죠.

제가 귀국하고서 처음으로 만난 맛집들 중의 하나이기도합니다.

저에겐 추억의 장소인 셈이죠.


여러분은 이렇게 60년이나된 전통을 가지고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점에서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오래된 가게라서 입구에서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 그 포쓰가 대단합니다.















곁찬은 단출합니다. 도가니 찍어먹을 장과 깍두기와 김치와 고추장에 버무린 마늘.

늘 그렇듯이 참을성이 없는 저는 깍두기와 김치부터 입맛을 봅니다.

그런데 깍두기와 김치가 모두 너무 평범 또는 그 이하입니다. 특히 김치.

이름없는 공장에서 주문을 해도 이만큼은 할 것 같은 김치입니다.

오죽하면 오늘 제일 맛있는 찬은 마늘버무림이라고 둘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겠습니까.



이 정도의 노포가 되면 아주 깊고 중후한 김치를 내놓는 것은 최소한의 이름값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오래된 유명한 음식점은 대부분 오래될 수록 곁찬들까지도 더욱 맛이 깊어진다고 합니다.

제가 왜놈들을 칭찬하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너무 안타깝습니다.

왜 우리나라의 음식점들 가운데는 그렇게 연륜이 깊어질 수록 맛도 깊어지는 가게가 별로 없죠?

주인장의 손님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점점 약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성집> 주인장님의 음식과 음식점 철학에 대한 강한 의문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도가니탕이 나왔습니다.











여전히 내용물은 실합니다. 고기반 물반은 아니지만 아주 훌륭한 양입니다.

하지만, 사실 늘 그래왔지만서도, 도가니는 별로 없고 스지=힘줄이 대부분입니다.













뼈다귀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것이 도가니뼈에 붙었던 것이고 어느 것이 힘줄인지 잘 구별이 안되지만

탕안에 있던 모든 내용물 중에 단 한 점만이 도가니였습니다. 제 스승도 확인해준 것이니 맞을 겁니다.

도가니탕이 아니라 힘줄탕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도가니가 비싸고 생산도 잘 안되고, 그래서 한우 도가니만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않다 하더라도

여기는 <대성집>아닌가요?

이정도의 유명세를 가진 노포라면, 지금까지 돈도 엄청 벌었을 텐데,

도가니를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가니탕이 9천원이면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도가니가 들어간 정도를 생각하면,

그리고 <대성집>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무지 비싼 가격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맛있습니다. 물론 조미료의 도움을 받았지만,

전 조미료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라서, 크게 상관 않합니다.

스지는 도가니보다 싸면서도 개인적으로 도가니만큼은 맛있습니다.

전 오히려 스지가 더 맛있을 때도 있습니다. 쫄깃하니 참 좋죠.

상당히 맛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고민거리를 만납니다.





완전 떡져버린 밥.

어떻게 이런 밥을 내줄 수가 있는 거죠? 더군다나 탕에 말아먹을 밥인데요.

지은지가 이틀은 되어 보이는, 밥알끼리 서로 애정이 대단해서인지 착 달라붙은.....

보리도 들어가 있군요. 보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쌀이 압도적인 밥에 저렇게 숨듯이 들어간 보리가 묘하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대성집>처럼 지존소리를 듣는 음식점에서 내놓을 밥이 아닙니다.






말아도 스르르 퍼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서로가 좋으면

저렇게 죽을듯이 꼭 껴안고 뭉쳐있는 것인지, 부럽기까지 합니다. ㅋㅋ


이렇게 밥 한 그릇이라고 건성건성 성의가 전혀 없이 내오는 것을 보면

음식 철학이니 하는 것은 트리니다드 엔드 토바고로 이민을 가셨군요.

60년 전통을 자랑하려면, 이날만 이랬다는 변명은 통할 수 없습니다.







남겼습니다. 맛이 없어서 남긴 것이 아니라 이미 먹은 것이 있어서 배가 불러 남겼습니다.

어쩌면, 그래도 다 먹을 것을, 아쉽고 씁쓸한 기분이 있어서 남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성집>의 도가니탕 여전히 맛있고,

도가니탕이 간절하면 에라 모르겠다, 다시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진짜 한우 도가니가 제대로 들어간 도가니탕집이 거의 없다고

<먹거리X파일>에서도 한 번 씹었던 것처럼, 이만한 곳도 없다고,

도가니탕이 드시고 싶으신 분들께는 여전히 추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가니탕이 보통 13000원 이상하는 때에,

가격만 보면 착하기도 합니다.



단지, 저도 좋아했던 <대성집>이 연식이 쌓일수록 음식의 내공이 더욱 더 깊어져가고,

더 손님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진정한 지존으로 성숙발전해가기를 기대해 볼뿐입니다.

지나친 기대일까요? 허망한 기대일까요?




대성집

02-734-4714

서울 종로구 교북동 87










출처 : 사랑이 밥먹여준다
글쓴이 : 비내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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