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뜨는 해 /늘봉 한문용
헐레벌떡 달려온 시간
기진한 육신의 형상이
심장 속에 닥지닥지 붙어 있던 순간
내 오관을 깨우던 흥분의 날은 있었더냐
메마른 걸레에 물 적시고
세월에 찌든 마음을
이제 닦아내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무너졌던 우정을
어렵게 사랑의 보자기로 다시 싸매곤
믿음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불렀던
그 날 새벽
행복한 고독의 요람 속에 머문
몸서리치던 가을밤의 고동소리까지
한 점 한 획
신비스러웠던 한 해
순례자처럼 내 여정은
마땅히 땅스러움이어야 옳았다.
지난 날 들리던
새소리 풍경소리
여울에서 노래하던 생명의 소리 모두
순간의 눈 속에 묻혀있어도
살얼음 녹아내릴 새아침이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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