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 岩· 나 상국 詩人님

[스크랩] 추석이 다가오면

° 키키 ♤ 2012. 10. 5. 03:25

추석이 다가오면

 

                     詩 草岩 나상국

 

내 유년의 강 넘어에

추석이 다가오면

난 이른 아침부터

뒷동산에 올라

해가져 어두워 질 때까지

동네 어귀를

갈피 잡지 못한 바람처럼

온종일 서성였다

 

어린 나이에

가난한 살림에 등 떠밀려

학업 마저도 포기당하고

도회지로 공순이 공돌이

아니면 더부살이 식모로

돈 벌러 떠났던 이웃집 

 

 

누나

 

고모

 

삼촌이

 

눈치밥 먹으며

배고품과 그리움의 눈물을 닦던 세월과

터지고 갈라진 손톱밑에

기름때 잔뜩 묻은

도회지의 고달픈 삶의 댓가를

바리 바리 한아름 싸들고 짊어지고

눈물로 떠났던 길을 재촉해 

웃음지며 들뜬 마음으로 되돌아 오면

마을 집집마다 주거니 받거니 왁자지껄

흥이나 어깨춤을 춘다

 

누구 하나 찾아올이 없는

우리 집엔 굴뚝의 연기도

힘없이 가물 가물

가뭄에 콩나듯

송편 빗는 손도 맥이풀려 설익고

모난 마음에

가을 밤하늘을 보니

만삭의 여인을 닮은 보름달만

환하게 미소짓네  

  

 

  

출처 : 초암 나상국 시인의 자연나라 자 연 사 랑
글쓴이 : 나상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