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 岩· 나 상국 詩人님

어머니의 옹달샘

° 키키 ♤ 2012. 3. 21. 03:35

 

 

 

 

 

 

 

 

 

어머니의  옹달샘

                      詩草岩 나   상   국

밤하늘 별들이 이슬이 되어
내려 앉는 새벽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시지 않고
사립문을 나선다

물동이 안 가득히 하늘을 이고서
이내 어머닌 새벽길 재촉해 나선다

 

큰 외가댁 대문이 처음으로 열린다
바깥 너른 마당을 뒤로 하고


아직은 고유히 잠든
어두운 앞마당을 더듬 더듬 더듬어

수돗가 옆 또랑에 놓인 돌 하나
징검다리 건너듯 밟고 건넌다

끄트머리 한쪽의 집모퉁이를 돌아
뒷 뜰 늙은 감나무 아래 옹달샘 하나

이고온 새벽 하늘을 살며시 내려 놓는다
두손모아 눈을 감는다

저 끝간데 없이  저 먼 밑바닥을 차고
천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새벽이면 남몰래 이렇게 만난다

약속이나 한듯 둘만의 약속인양

낮에는 해가 찾아와 목을 축이고 
멱을 감는다

 

밤이면 달도 별도 산새도 찾아와
지치고 아픈 다리  쪼그리고 앉아 발 담그고

가쁜 숨 잠시 쉬어 가곤 한다  

외가댁 옹달샘은 
어머니 의 생명수요
숨겨진 보물이다

어머니에겐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옹달샘은
수박이랑 물김치와 막걸리가 들러앉아
언제나 갈증과 더위에 지친 날들의

피로를 풀어주며 씻겨주며
그렇게 한시절을 보내곤 하였다

겨울철엔 식혜가 또 그렇게
들어 앉는다

옹달샘 과 어머니는 
늘 그렇게 서로가 닮아 있었다

연인들 처럼 쌍둥이 처럼
넘치지도 모자람도 없이 

퍼내고 또 퍼내어도 
항상 똑같이 채워준다
시원하게

비가 많이오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어

땅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 져도
옹달샘은 늘 변함이 없늘 그렇게 닮아 있었다

옹달샘엔 언제나 맑고 시원한 물이
마를날 없이 샘솟아 오른다

 

어머니의 가슴에서도 언제나 
늘 변함없이 사랑이 샘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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