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보내고 다만 그리워 할 뿐이라고

° 키키 ♤ 2012. 11. 6. 03:42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고]

 

1

좀처럼 전화질 않던 귀차니스트

친구 녀석의 번호소리가 새벽을 깨웠다

단짝 친구 서누가 세상을 버렸다며

그래 얼마나 깊은 상처의 끝 길 홀로 걸어갔을까

무심했던 옛 얼굴들이 아프게 떠오른다

어느 새 내 나이 어릴 적

까마득하던 부모님의 그 자리에 와 있다

만나고 헤어지고 기다리며 우리 살아가는 동안

빛바랜 추억으로 떠오르는 거기

함박꽃으로 편안하게 정 많았던 서누

아무도 모르는 허망한 꽃잎들이 지고 있다

 

2

해넘이 주춤거리는 강물위에 그를 뿌렸다

한 점 노을자락과 바람으로 실려

알 수 없는 먼 길 떠나가는 그대

모두 가야 하는 길 먼저 갔을 뿐이라고

남은 우리 서로의 안부를 다짐하면서

제각기 구부러진 긴 강뚝을 떠나갔다

천근 마음 무거워진 여름날의 하루가

석남꽃 꽃노을로 타고 있었다

나 죽고 우리가 죽고 난 뒤에도

저렇게 눈부신 꽃은 피어날 것인가

 

 

 

 

세월이 비켜 간 자리마다 계절이 타는 무심한 강이 흐르고

 

 

 

 

그대 찾아가는 길 아직 남아 있지 않을까

가만히 불러본다

아무런 대답 들리지 않는 그곳

빈 강나루 물메아리 물메아리만

영영 멀어 희미해져 갈 뿐

그렇게 잊고 잊히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이 여름 물망초 다시 피어 오른다

 

 

 

 

해넘이의 새들도 친구를 배웅하며 서둘러 보금자리를 끼룩끼룩 찾아 떠나고

 

 

 

 

 

떠나간 친구는 흐르는 강물줄기를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무심했던 우리들이 돌아가는 어둔 길을 멀리멀리 밝혀주고 있었다

 

 

 

 

 

 

 

 

 

 

 

 

 

 

 

 

출처 : choi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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