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3월의 진눈깨비 나풀거리는 주말 오후, 문득 겨울바다의 봄바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 키키 ♤ 2012. 11. 6. 03:10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하늘 바닷길에

촘촘한 저 해송 이 세상 풍경 아니다

모래톱 등성이마다

톱질하는 파도달빛이 이슥하다

 

먼 바다 진군해 온 어둠 사위 한입 물어 삼키고

바닷새 울음소리 접고

노을 한 자락 물어 와 둥지 틀고

온밤 내

파도갈퀴로

바다 밑바닥을 되질하네

 

 

           -최영록, <파도의 고향을 찾아서> 전문

시집<<섬 휘파람새, 산골에 사는 까닭>> (시학) 2011. 수록

 

<한국시인문화연구소 제공>

 

 

*詩作 memo

 

3월의 하순인데도 무슨 아쉬움 그리 많아 떠나지 못하고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고개를 쏘옥 내밀고 세상 구경 나온 꽃망울이 화들짝 놀라 주춤거리는 얄궂은 진눈깨비 휘날리는 주말 오후,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 생각, 이맘때 쯤의 희부연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참으로 궁금해지며 마음 한 켠에선 겨우내 가슴속에서 움츠려들고 있었던 방랑자의식이 꿈틀꿈틀 기어나오려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한 겨울 동안 그리움의 부피만큼 바다를 맴돌았을 섬과, 그 섬 사이를 파도밭 이랑으로 이어준 바다의 안부를 묻는데는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서해안 고속국도로 내달리면 한 두어 시간 남짓이면 당도 하겠지요.

이런저런 생각 접고 그져 대책없이 집을 나서야겠습니다.

분주한 삶의 곁장에서 이따금 마음이 으릇해질 때면 나를 찾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길,

오늘의 발걸음을 멎게 만들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를 찾아 지금 바로 출발하렵니다.

거기는 바다에서 밀려 온 모래가 언덕을 형성하여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선명한 바람자국을 품고 있는, 너무나도 망망하고 아련한 것들이 마구 밀려오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중동의 사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천혜의 신두리 해안사구이기도 하죠.

진눈깨비 흩날리자 수 많은 사연들도 더불어 나부끼는 토요일 오후,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모래밭 저 끝자락에서 옷깃을 여미고 듬성듬성 상념에 잠긴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오는 청승맞은 나그네, 바로 이 사람 일겝니다.

얼른 보고 싶습니다.

첫사랑의 두근거림으로 지금은 움켜쥐면 빠져나가는 모래의 미립자처럼 빈 손의 추억이 된, 마른 들판의 이삭으로 서늘옵게 다가 올 청징한 겨울바다의 봄바람이요.

 

 

 

바닷바람에 둔덕을 이룬 사막(?)의 초원

 

 

빗질하는 모랫바람에 올빽으로 넘겨진 띠풀이 늙은 어부의 머릿결과 흡사하다.

 

 

 

 

 

출처 : choigoya
글쓴이 : 최고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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