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글(아름다운시) *

[스크랩] 벼랑 끝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 키키 ♤ 2012. 3. 21. 01:57

 

 




'벼랑 끝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바위에 붙어 피는 꽃이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흙 한 줌 없는 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덩이 위에서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한라산 정상의 바위에 핀다는 돌매화가 그런 꽃이다.



백두산 바위 틈에 산다는 노란 바위돌꽃도 그런 꽃이다.
기름진 흙에다 뿌리를 박은 것도 아니고
물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바위에다 뿌리를 걸친 채
잎을 키우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워 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일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꽃 피우는 일에 다름 아니다.




시를 쓴다는 일도 그와 같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깜깜한 어둠의 나무판 위에다 칼질을 해서
밝은 햇살 하나씩 새겨 넣는 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 더듬거리며
논둑길을 찾아 가는 일.
절망의 바위 위에다 희망의 들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십여 년 전에 '암병동'이란 시를 쓰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믿음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온 세상이 암울한 어둠뿐일 때도
우리는 온 몸 던져 싸우거늘
희망이 있는 싸움은 진실로 행복하여라.




시한부 삶을 사는 암환자들만 모여 있는 암병동에서
나는 절망 속으로 던져지면
오히려 그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게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주위에 서서
그 절망에 일찍 주눅이 들어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당사자들은 끝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살아나려고 더 강하게 몸부림치는 모습.
그게 본능이다.
그게 사람이다.
사람은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절망뿐인 상황 속에서도
살아나려고 몸부림치게 되어 있는 게 사람이라면
희망이 있는 싸움은 얼마나 해볼 만한 싸움이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 희망이 있어서
그 희망을 갖고 싸울 수 있는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는 싸움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바위 벼랑에다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 세운
나무를 보면서도
그 생각을 했다.



벼랑 끝에서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함께 바람에 날려 가다가
어떤 씨앗은 기름진 땅에도 떨어지고
어떤 씨앗은 잘 가꾸어진 숲에도 떨어지는데
바위 위에 떨어진 씨앗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절망이라고밖에 달리 더 표현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흙 한 톨 없고 물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절망하지 않고,
남아 있는 자기 내부의 온 생명을 다해
최초로 실핏줄 같은 뿌리를 내렸을 때의
그 아득한 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이 세상에는
가장 험한 곳에 목숨을 던져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상선암에서'라는 시를 그렇게 썼다.




나는 이 세상이 절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에 동의한다.



'이 나라 이 시대 이 더러운 세상을 향해 정말이지 희망은 없다.' 라고
내뱉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잔치는 끝났다.'는 말에도 동의하고
세기말이라 단정하며
우울한 언어로 위악적인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도 동의한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심정들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애당초 이 세상이 밝고 전도양양하며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많은 이들이 가슴 뜨거워하며 살고 있다면
나는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이 꽝꽝 얼어붙었으므로
나는 다시 사람들에게
푸르른 날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들 너무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말을 바꿔 타고 있으므로
이파리 몇 개를 차마 다 떨구지 못하고 서 있는
겨울나무를 바라본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은 버릴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을 노래한다.




시는 내게 있어서 그런 길찾기이며 희망찾기이다.
살아 있다는 최소한의 증거이며 표시이다.




백두산의 절경과 야생화....
흐르는 음악은 마돈나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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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규철이,쉼터,
글쓴이 : 일등감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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