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자랑 유명한집

[스크랩] 맛 골목 투어 /의정부

° 키키 ♤ 2013. 9. 7. 02:09

↑ [조선일보]1 부대찌개의 고향 의정부식 부대찌개. 다른 지역 부대찌개보다 국물이 덜 진하고 더 시원하다. 국자를 젓는 건 부대찌개를 처음 만들었다는 ‘오뎅식당’허기숙씨의 손이다. 2 제일시장 옆 통닭 골목. 3 제일시장 안 떡볶이 골목. 4 떡갈비·냉면.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 [조선일보](좌)의정부 제일시장 떡볶이 골목.

'의정부' 하면 부대찌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의정부에서 제대로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다는 소리다. 가벼운 주머니로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분식 골목과 통닭 골목이 제일시장과 시장 주변에 몰려 있다. 전국 최고로 꼽히는 평양냉면과 본고장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떡갈비식당도 있는 도시, 그곳이 의정부이다.

제일시장 옆 통닭 골목

제일시장 옆 작은 골목이다. '거북통닭' '의정부통닭' '용성통닭' '성원통닭' '미성통닭' 이렇게 다섯 집이 모여 있다. 의정부통닭이 TV에 소개되면서 제일 유명하지만 맛은 대동소이하다. 거북통닭 주인은 "원래 '닭모가지 골목'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골목의 통닭집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메뉴가 둘 있다. '(닭)목'과 '(닭)염통'이다. 닭을 잡고 난 뒤 버리다시피 하는 부위들을 모아서 메뉴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매우 푸짐하다. 각각 1접시에 6000원인데,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닭목과 닭염통이 수북하게 쌓여 나온다. 닭목은 살이 적고 발라먹기 번거로운 부위다. 하지만 살결이 곱고 여리면서도 쫄깃한 육질이 별미다. 닭염통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다. 통닭이라고 메뉴판에 나오지만 실제로는 토막 내 튀긴 프라이드 치킨인 '통닭'(1만3000원·사진)이나 '양념치킨'(1만5000원)을 시키면 목과 염통이 서비스로 섞여서 나오기도 한다. '모둠'(1만2000원)은 닭 목·똥집·염통이 세트로 나온다.

제일시장 안 떡볶이 골목

제일시장은 의정부에서 제일 큰 전통시장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봐도 규모가 상당하다. 직사각형인 시장의 4개 면마다 넓은 통로가 있고, 시장 한복판에서 만나 광장을 이룬다. 이 통로마다 가게들이 업종별로 모여 있다. 수입상가 숫자가 상당한데, 아마도 미군부대가 가깝다는 게 이유인 듯하다. 수입상가가 몰린 골목과 대각선으로 붙은 골목을 떡볶이 골목 또는 분식집 골목이라고 부른다. 1950년대 시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떡볶이와 튀김을 팔아왔다는 '쌍둥이네' 주인 최정자(77)씨는 "원래는 시장 바깥 육거리에 가게들이 있었는데, 7년 전 시장을 정비하고 골목을 조성하면서 다들 여기로 이사 왔다"고 했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출출해지면 간단히 요기하기 알맞다. 튀김은 4개에 2000원, 떡볶이<사진>·순대 1인분이 3000원 정도다. 쌍둥이네는 떡볶이에 떡국에 쓰는 것처럼 굵은 가래떡을 뭉툭하게 잘라서 쓴다. 고추장 양념이 너무 맵지 않고 구수하면서 진하다. 튀김은 12가지나 되는데, 살이 두툼한 오징어튀김이 특히 맛났다.

떡갈비·냉면

'고산떡갈비'에서 떡갈비<사진>를 맛보려면 15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식당을 찾은 날도 손님들이 "언제 나오느냐"고 채근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주문이 들어와야 떡갈비를 굽기 시작한다. 초벌구이 해놨다가 손님이 오면 데우듯 재벌구이 해서 내놓는 대부분의 떡갈비집과 다르다. "미리 구워두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게 이 식당 주인 고중훈(73)씨의 원칙이다.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는다'가 또 다른 원칙. 손님들이 앉은 쪽으로 놓인 모니터는 주방 내부를 비추고 있는데, 조리대가 아니라 반찬통을 보여주고 있다. 반찬을 다시 내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서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쓰지만 양념은 같은 돼지떡갈비도 있다. 떡갈비(쇠고기·300g) 2만1000원, 돼지떡갈비(300g) 1만3000원, 열무냉국수 3000원. 그랜드호텔 뒤, (031)842-3006 '평양면옥'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냉면집이다. 평양 물냉면 본래의 맛을 가장 제대로 재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투명한 육수에 메밀로 뽑은 국수를 말고 쇠고기·돼지고기 편육과 달걀 반쪽을 얹고 고춧가루를 약간 뿌려 낸다. 비빔냉면도 있다. 메밀국수를 사용해 함흥냉면처럼 쫄깃 혹은 질기지 않고 툭툭 끊긴다. 물·비빔냉면 9000원. 의정부3동 병무청 앞, (031)877-2282

중앙역 2번 출구 부대찌개 골목

그래도 역시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은 이 도시에서 탄생한 부대찌개이다. 의정부경전철 중앙역 2번 출구를 나오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간판이 걸린 거리가 보인다. 부대찌개 식당 20여곳이 성업 중이다. 가장 오래됐고 부대찌개를 한국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이는 '오뎅식당' 주인 허기숙(79)씨다. "1960년부터 54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허씨는 거리가 생성되기도 전, 지금 식당 자리 근처에서 노점상으로 시작했다. 그때는 부대찌개가 아니라 어묵(오뎅)을 팔았다. 상호가 '오뎅식당'인 건 그런 이유가 있었다.

어쩌다 허 할머니는 어묵 대신 부대찌개를 팔게 됐을까. 시작은 부대찌개가 아닌 '부대고기볶음'이었다.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업자들이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찾아오더니 '고기는 하루 팔 만큼 대줄 테니 열다섯 명이 먹을 밥을 해달라'는 거야. 미군 음식이 도저히 입에 맞지 않는다면서. 밥을 차려주겠다고 했더니 다음 날부터 고깃덩어리를 잔뜩 몸에다가 차고 나와. 그 고기에다가 파·고추·양파·고춧가루·국물 넣고 볶아주니 맛있대."

'볶음'이 '찌개'로 변한 건 1988년이다. "군청(의정부시청) 직원들이 식당에 와서 하는 말이, '그게(부대고기볶음) 밥이 되느냐. 밥 먹게 찌개 좀 해보라'는 거야. 그래서 부대고기를 넣고 찌개를 끓였는데, 이게 인기를 끌더니 평택이나 서울 등지에도 생겨난 거지."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다른 지역보다 국물이 많고 맑다. 소시지, 민찌(다진 쇠고기), 햄, 파, 당면, 두부 따위를 넣고 끓인다. 다른 지역식 부대찌개와 달리 치즈나 통조림 콩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고소한 맛은 약간 덜하지만 더 시원하고 개운하다. 집에서 국처럼 끓인 김치찌개와 비슷하다.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어느 식당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들 역사가 20년 이상은 된 식당들이라 수준급 맛을 낸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국물 맛과 내용물이 들어가는데, 이걸 가려서 찾는 건 손님의 취향에 달렸다. 대개 부대찌개 1인분 8000원, 라면·당면·두부사리 1000원, 햄·소시지사리 5000원, 공기밥 1000원 받는다. 매주 화요일 1인당 1000원씩 할인해준다.


출처 : 푸른들
글쓴이 : 푸른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