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바다는

° 키키 ♤ 2013. 7. 15. 04:23

 

 

 

 

 

 

 

 

 

 

 

 

 

 

 

 

 

 

 

산맥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하는 강줄기를 굽이굽이 맴돌아 떠내려 온 배 한 척이 바다 초입에 머물러 있다.

그 쪽배에 올라 타면 또 다른 세상에 당도할 수 있을까!

당신은 나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바다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길 위에서 하염없이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참말 길가에 있었고, 당신은 아마 바람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길을 모르고 있었다.

 

 

 

 

바닷새의 배웅을 뒤로하고 서둘러 하루치의 마지막 그물을 다북다북 걷어 올리는 어부의 손길이 실루엣으로 알싸하다.

 

 

 

 

아무리 흘러가도 방향표지판이 나타나지 않아 뒤돌아보면 좁다란 산모롱이 아래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푸른 파도의 뒤틀림. 오늘도 텅 빈 하늘의 바다를 뒤뚱거리며 걷는다.

어디로 갔는지 갈매가 한 마리 날지 않는 이곳은 전생에 무슨 바다였을까.

물길이 비좁아질수록 내 안의 상념들은 파닥거리며 힘겹게 날아가고, 길목이 험준해질수록 더욱 더 깊어지는 너와 나 그리움의 협곡바다.

 

 

 

 

 

 

먼 옛날 부터 아주 오래전에 꿈꾸던 것, 그것을 나는 이 바다에서 비로소 읽어낸다. 

바다는 지상의 완벽한 사랑을 부추기는 육지와의 경계점.

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동백꽃처럼 우르르 몰려 와 마른 허무를 토해 내는 곳.

이 땅끝을 지나면 사람과 사람과의 뜨거운 숨결만이 남을 것. 

아무리 달려도 너에게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아 어느새 다다른 하늘 밑, 침묵은 끝나지 않고 바람 끝에 매달려 와 바다 밑바닥을 갈퀴질한다.

 

 

 

 

 

 

내 헐거운 청춘의 녹슨 심해어들은 깊은 상처의 급류를 따라 거칠게 헤엄쳐갔다.

흘러가거나 멈추는 것들의 영혼. 그 매 순간의 황홀하고도 무거운 영원속에서 수 천장의 나뭇잎들이 몸뚱일 뒤척일때마다

하얀 돛배로 바뀌는 신비를 보셨나요.

파도 등걸위로 달려가고 있는 하얀 돛배

눈감지 못하는 그대 눈동자 속의 하얀 돛배

그 하얀 돛배가 순금의 노을로 사라질 때까지

그대 눈동자 뒤편에서 출렁이는

하얀 돛배를 보셨나요.

 

 

 

 

한 척의 바다교향곡이 나뭇잎들을 떠나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를 보았다.

새들이 물고 왔던 저녁의 갯비름냄새,

태양이 바다에 몸을 숨기기 전에 젖은 깃털을 말려야만 살 수 있다는 저 새들의 강박관념.

 

 

 

 

 

 

수천 비단길 낭떠러지 노을 끝자락,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생을 마감한 직후, 거친 갯바람으로 꼬깃꼬깃 구져진 바다표면을 평평하게 다름질해놓았다.

물거울에 비친 노을이 간간하게 속살로 스며든다.

부패되지 않는 내 삶을 위하여.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우연의 음악처럼 저 홀로 나부끼는 어스름 바닷가에서, 고단한 삶은 다만 존재한다.

남루한 생을 실은 빛바랜 돛폭을 올린 쪽배가 바다를 연주할 때 그 바다는 돛배라는 한 척의 뱃노래를 듣는다.

하여, 바다는 지금 잠시 내 곁에 정박중이다.

당신이 배 갑판위에 올라 탈 때까지.

 

 

 

 

 

근작  詩 한 편

 

해발 0 미터 산골에서 들창을 열면

 

짭쪼름한 갯바람이 한 배 가득

 

은빛 파도 순금으로 물들이는

 

파도밭이 수 천 마지기!

 

-최영록, < 바다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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