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 배정규 詩人님

[스크랩] 마음까지 가져 가시지

° 키키 ♤ 2013. 3. 29. 03:34

가셔야만 한다면

마음까지 가져 가시지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 어찌하시려구요

그냥 그리 가시나요

내 어찌 감당하라구요

 

온통그대 마음으로

하얀 밤이 되도록

하루가 천추만큼이나

긴 날인데

너무나 혹독한 형벌입니다

 

그대의 가을하늘 담은 눈동자

내 눈에 선하고

그대의 그 황금같이 빛나는 미소가

나를 향해 웃는데

나는 어찌 합니까

 

그리다가 그리다가

깊은 바다 심연이 되는걸

 

그대 향한 그리움

천지를 진동할 만큼이나 큰데

이리도 시리고 아프게 하십니까

정녕 가시나이까

영혼까지 다하여 사랑하는

나는 어찌 합니까

 

이제 바시락 거리는 낙엽되어

희망없이 떨어저

그렇게 사그러져야 합니까

이 아픔 어찌하라구요

 

산 무게만큼이나 커다란 아픔으로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

혹독하게 저 깊은 수렁으로

저 암울한 세계로 떨쳐나가

그대를 그리다가

가슴에 한방울 물기없이

 천년을 죽어가는 주목나무처럼

그리 서서히 잊혀져야 하나요

 

이제 그리움으로

파랗게 피멍이 들도록

가슴앓이해야 할텐데

어찌해야 합니까

 

  배 정 규

출처 : 현대시선 문학사
글쓴이 : 雲巖 / 배정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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