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글 * 아름다운글 * 슬픈글

[스크랩] 예전에 그랬듯이

° 키키 ♤ 2013. 1. 31. 00:26



예전에 그랬듯이

서동안

십리길 초등학교 가는 등긋재
덤불 속에 박새가 집을 지었다
털복숭이 새끼들이 어미의 기척을 들으면
서로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린다

나는 오늘도 학교를 간다
아버지는 괭이 들고 여시바우골 논으로 가고
어머니는 호미 챙겨 들고 막걸리 한 주전자 숨겨 놓은
범청골 콩밭으로 간다
읽고 쓰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시던 아버지
논밭 갈고 씨 뿌려 김매고 잡초 뽑는 일은
당신들이 하신다고

이제 나는 자가용 타고 출근을 한다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마을 앞 모정으로
어머니는 구부정한 허리에 복대를 차고
뒷집 큰이모네 집으로 모닝커피 마시러 간다
지팡이 자랑, 복대 자랑 하시러
어느 시절에 그런 날이 있었는지
손금이 다 닳도록 땅을 일구어 자식들을 키웠건만
여섯 자식들은 날개 달린 새처럼 날아가고

두리번 거리던 새 입에 문 벌레 한 마리
얼른 새끼에게 먹여 주고
배설물을 입에 물고 날아간다
새끼들도 훗날 저처럼 날아가겠지

오늘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길 임들과 함께 염원 합니다.

 

출처 : 화려한 침묵
글쓴이 : 화려한 침묵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