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봉· 한문용 詩人님

[스크랩] 참으로 가십니다.

° 키키 ♤ 2013. 1. 13. 16:47
   


참으로 가십니다./늘봉 한문용 
 
올 새벽
흰 눈 뚫고 따사로운 온기 품어
산에서 들에서 뻐꾸기 울음소리 듣고 
달려오신 봄
목련꽃, 벚꽃 갈피에 
다소곳이 접힌 그리움 덧칠하고
이슬방울로
밝음의 빛으로 안겨 오신 봄
어느새
찔레꽃 흰빛에
물레방아처럼 도는 세월 속으로
도망치듯 가십니다.
  
생을 계절의 해에 걸어 놓고서
밤안개 피는 저녁부터 
물안개 피는 아침까지
멍에의 버거움 하나 운명처럼 걸머지고 
*햇덧처럼 가슴 졸이며 오시더니
차마 
내 가슴 속에 곱게 피워낸 사랑 하나 
가만히 남겨 두고
이글거리는 불빛에 밀려
숙명의 한 곱씹으며 애절하게 가십니다.

  
여느 때처럼
자기는 죽다가도 사랑은 다시 살아서 
혹여 반겨주는 이 없을지라도
눈빛의 해맑음으로 
다시 오겠다고 건네는 눈물겨운 *아슴한 약속
가면서도 나를 보고
가만가만 웃어달라고 조릅니다.
*햇덧:해가 지는 짦은 시간 동안
*아슴:아련하게 떠오르는

  

출처 : 서우봉 노래
글쓴이 : 늘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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