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양치* 코뚜레 외1편
최영록
아버지는 우시장이랄 것도 없는 시장판에
여물만 축내는 늙바리 황소를 내다 주고
쇠버짐 채 가시지도 않은
쇠양치 두 마리와 맞바꿔 오던 날
한사코 버티는 쇠양치를 이끌고 갯밭으로 나가셨다
낭창낭창한 찰밥나무가 쇠코뚜레는 그만이지
아버지는 엇나가게 낫질한 나뭇가지 들이대며 휘었다
천둥벌거숭이 쇠양치 코청 힘겹게 뚫리던 날
쇠양치 울음소리 찰밥나무 만작(滿酌)**으로 튕겨졌다
문설주에 덩두렷이 걸려있는 그 코뚜레 너머로
어미 소 울음소리 멎은 지 오래인 외양간
싸득싸득 여물 써는 소리가
무쇠솥 뚜껑 이마받이 하는 쇠죽 익는 냄새가
두엄냄새 데리고 깐닥깐닥 쇠지랑물 데리고
가끔은 제대로 걸려 넘어져줄 돌부리를 지나
이랴이랴 대문 안으로 쟁기질하며 들어선다
*송아지를 일컫는 전라도 해안지방 토속어
**활을 쏘기 전 시위를 가득 당겨 보름달 모양으로 만들어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
째보선창 할매별곡
최영록
목포 대반동 째보선창 뒤 켠
바다를 목숨처럼 끌어안고
깡다리젓* 밴댕이젓 송어젓 육젓 파는
붙박이 언챙이 뻘둥할매
굵은 철사 동여 맨 항아리 속에는 지금
마파람이 아우성이다
어쩌자고 먹어줄 사람 하나 없는
저들만의 잔칫상을 차리는 것일까
테 맨 항아리 수북이 움트는 소금꽃 위로
갯바람 버무린 주름살이 덩달아 피어난다
소금 맺힌 할매 등짝 짓누르는 햇살
계절의 절반은 언뜻언뜻 갯살이 따뜻하고
뒤로 오는 사람의 절반은 그림자가 차갑다
젓갈보다 짭짤하게 뒤엉킨 삶의 건더기들
펼쳐진 방파제를 타고 꿈틀꿈틀 기어나간다
갯골 뻘밭 발반죽하는 사람도 없는데
할매가 옮겨 담은 간간하게 젖은 꿈들
손쇠스랑 젓갈 긁는 금속성만
바다광야를 쟁기질한다
*황석어젓을 일컫는 전라도 해안지방 토속어
◈최영록_전남 신안출생.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중. 2008년 계간『시와시학』신인상 등단.
현재 한국법률일보 논설위원. 한국산업문인협회 이사. 한국범죄
예방연합회 중앙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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