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소금꽃 외 1
최영록
바닷물이
소금밭에 엎드린 옹기등짝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 마다 바닥에는 소금꽃이 피어난다
피어난 소금꽃잎팔은 사각사각 제 무게에 겨운 싸락눈 소리를 낸다
바닷물은, 염전이 소금을 밸 수 있는 가임의 물때가 오면
천지사방으로 가만가만 열려
소금꽃을 피게 하고 피어 난 소금꽃들은
젖꼭지 종유석처럼 소금인형을 만든다
물소금과
송홧가루가 녹아드는 눈부신 외로움
소나무가
맺힘 없는 꽃가루로 산란하듯
소나무와 소금 그 번식 없는 짝짓기의
불협화음
바닷물이 순수하게 지독해질 때마다 제 살 졸여 자신을 버리는
갯물
그 소금간수의 알갱이들
소금물 안친다는 것
이렇게 바닷물이 소금물에게 빌붙지 않는 것
물울타리 넘나드는 햇빛이 그늘을 부러워하지 않듯이
그 그늘이 소금창고 그림자를 무장해제 하듯이
소금물은 해질녘 소금밭에서 소리 없이 붉게 울고 있을지 모른다
어느 침묵이 저리 고울까
길 없는 길 따라
훠이훠이 산 숲을 돌아든다
구월의 초록빛이 아직은 서툰 도반 같아서
저만큼 산문을 열고
세상 밖 길들이 갈지자로 흔들린다
길모서리 벼랑 암자 귀 떨어진 석탑위로
속 비운 겉끼리 침묵하며 부딪는 시간의 목어소리
닫았던 세간의 빗장 아미타불로 열린다
끊어질 듯 끊이지 않는 산 울음소리
해거름 소리 홰치는 소리
땡감나무 휘감아 도는 마른 바람의 뿌리를 본다
수유須臾*에 지는 빈 하늘
*잠시 동안. 소수의 단위의 하나. 준순(浚巡)의 십분의 일, 순식(瞬息)의 십 배.
최영록┃전남 신안 출생.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
학중. 2008년 계간『시와 시학』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한국법률일보 논설위원,
한국산업문인협회 이사, 한국범죄예방연합회 중앙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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