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깊이로만 따져서 내게 인상 깊었던 작가는 카프카였다. 나의 20대 후반에 마음이 스산할 때마다 카프카를 생각했다. 카프카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감청색 바람처럼 내 주위를 휘감았다. 카프카가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일상을 단순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의 핵심을 뚫고 가는 글로 경이로울 수 있었다. 카프카가 내게 준 것, 그의 어둡고도 스산하고, 차가운 듯하면서 부드러운 입김은 지금도 내 안에 스며 있다. 외국문학 쪽에서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바흐만 등등은 그들 영혼들 끼리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혼의 친구. 생각만 해도 푸근하다.
카프카와 함께 있거나 그를 생각할 때는 외롭지 않았다. 나는 친구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없기도 하다. 친한 친구도 환경과 상황이 달라지면 10년 지기도 멀어진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 애정관계요, 인간관계임을 실감한다. 말은 할 수록 공허하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내 마음이 전달되기 힘들 때가 많다. 물론 이럴 때는 침묵하는 방법이 있고, 직접 부딪쳐서 서로간에 다툼이 생기는 것도 친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다툼이 생겨 서로 멀어진다면 멀어지게 놔두자. 시간이 흘러 그리움이 생겨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서로의 마음 결이 비슷하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인간관계를 해결하려고 자꾸 해명하고, 오해를 풀려고 달려들면 엉킨 실뭉치처럼 되어버리니, 오히려 덮어두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사건의 핵심과 해결점이 보인다.
결국 지금까지의 얘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하는 문제이다.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노트에 인용해 두었다. 그에 대한 방법 몇 가지를 짚어 본다.
┌ 첫째, 우선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자.
┌ 둘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 셋째, 그러다 보면 섣부른 논쟁은 피할 수 있다.
┌ 넷째,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즉시 인정하거나, 사과할 일은 미안하다고 말하자.
┌ 다섯째, 이야기의 흐름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일에 마음을 비우고 큰 집착이 없이 마주한다면 힘들지 않게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은 살면서 큰 논쟁이나 다툼을 통해 얻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깨달음은 더욱더 공짜가 없으니까. 요즘 같아선 어디 돌아다니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최소한의 생계비로 살면서 가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내 생에 전부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스스로 나를 고립시키고 소외시킬 때 그것은 자유일 것이다.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은 계속 세습되는 사회. 끔찍하지 않은가. 노래에선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지만 세상에 고정 된 것은 없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오치골 아저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