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스크랩] [김포] 고가(古家) - 갖가지 김치가 예술인 전통 한식집

° 키키 ♤ 2013. 7. 30. 02:58

고가(풍경)

031-986-5459 한정식
경기 김포시 고촌읍 풍곡리 306



김포의 외진 곳에 숨어있는 전통음식점 고가(풍경).

차 없인 가기 힘들고 네비도 헤메며 길을 찾는 곳이지만

멋진 한옥에 멋진 정원과 멋진 마당과 멋진 방과....아주 멋진 집입니다.

멋진 곳에서 대접하는 음식은 황해도 배천 조씨의 종가 음식을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발효음식, 즉 효소, 청, 식초를 이용한 건강식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방도 운치있게 고풍스러운데다, 등받이 의자가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이 예쁜 음식점은 간장부터 된장과 고추장까지모든 장을 직접 만들어서 씁니다.

공장제조 판매장에는 화학조미료가 가득 들어있는데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재료로 정성을 들여 장을 만드니 당연히 더 좋지요.



주방까지 고풍스러울 수도 있을까요? 그러면 더 좋을까요?


이런 것에서부터 한식의 세계화를 테마로 하는 많은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곰취, 미나라와 죽순을 버무리는데 싸우전아일랜드 드레싱을 사용하면 그것의 정체는 뭘까요? ㅎ ㅎ

어떤 고수께서 "왜 일본 스시는 스시인데 우리나라 고추장은 핫 칠리 페이스트여야 하죠?" 하고 물으시더군요.

저에게는 한식 세계화가 도대체 어디로 갈지 그 방향을 설정하기라도 했느냐는 혹독한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이 예쁜 집의 음식들을 보시고, 그것이 한식의 세계화가 나아갈 방향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주말이었는데 주말엔 2만5천원짜리는 없고,

저희는 주말에 가장 저렴한 3만5천원 한정식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흘러 메뉴대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첫 번째 등장한 샐러드.

그릇은 얼핏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좋은 도기입니다. 여기 그릇에 신경 많이 썼더군요.




물김치. 시원하고 상큼한 게 꽤 괜찮았습니다.



달지 않아서 좋았던 호박죽.




첫 메인 산야초 떡갈비 버섯 구이.

새로운 맛입니다. 우선 쏘스는 순무에서 만들어낸 조청쏘스 랍니다.

쌉싸름하고, 단맛은 아주 약해서 얼핏 맛 없다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고기와 버섯의 향과 맛을 살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날은 조청의 맛과 향이 조금 강해서 그런 효과가 감소되는 것 같았습니다.

조청의 맛과 향을 조금 더 순하게 만들고 자연스런 단맛을 보강하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효소식초 샐러드.

주인장께서 많이 자랑스러워하신 것이지만

효소의 맛을 음미할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그렇게 인삭적이지 않았습니다.




특주. 계산서에 의하면 2만원씩이나 했던...그러나 맛은 훌륭했던....




튀김.

튀김옷이 아주 엷게 잘 튀겨진 껫잎튀김이 꽤 꼬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튀김 저 아래로 숨겨져 있던 복어튀김.




문어 해삼 초회.

글쎄요....문어는 그냥 아무 쏘스 없이 숙회로 먹는 것이 너무나 맛있어서

게인적으로 이렇게 쏘스에 버무리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녀석을 물김치라고 해야하나요?

여하튼 정체는 복잡하지만.....이 집 김치를 참 잘하네요. 예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전혀 짜지도 않고, 과하게 맵지도 않고, 식감은 살아 있고....시원하고 적당하게 매콤하고....

밸런스가 훌륭한 것이 정말 맛있습니다.




전병과 완자.

담백하니 괜찮았지만 크게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음식들 보다도 김치를 더 맛있어하니까 주인장께서 계속 김치를 내오십니다.

이 아삭하게 보이는 김치가....................묵은지라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전라도식이고 이것은 경기도식이라네요.

경기도식 묵은지는 이렇게 배추가 싱싱하게 살아있게 만든답니다.

무식한 저는 그저 놀람에 입 벌어지면서 맛있게 먹을 뿐이었습니다.^^




갓김치도 무슨 무청김치 같지요? 훌륭합니다.




계속 우리를 즐겁게 한 음식이 나옵니다.

된장찌개. 직접 담근 장으로 제법 진하게 끓여내온 찌개가 아주 좋았습니다.




무릇장아찌와 곶감장아찌.

오른 쪽이 무릇장아찌인데

한국민족문화대박과사전에는 무릇을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들에서 자라는 식물로 비늘줄기는 알모양이며 쪽파를 연상시킨다.

꽃은 여름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어린잎과 비늘줄기는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고 되어 있네요.^^


곶감장아찌는 곶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게 아삭한 치감입니다.

둘 다 상단히 괜찮습니다. 제 입맛엔 조금 짠 편이긴 했어도.....




호박잎.




꼴뚜기 고추 조림.

꼴뚜기 맛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경기도식 양파김치. 아주 괜찮습니다.




평범했던 나물.




연잎밥.




호박잎에 연잎밥을 싸서 쌈장을 얹고 입속으로 투척......





어딘가 깊숙히 저장해 놓으셨던 김치.....사실은 생태식해라고 하시던데

이건 조금 과하게 삭혀졌습니다. 그래도 참 맛있더군요.

꾸리한 맛과 시큼한 맛이 어우러져서 첨엔 조금 자극적이지만

씹을수록 맛이 오히려 순해지면서 매력적인 뒷 맛을 남깁니다.




훌륭한 김치의 향연이었습니다. 다양한 김치를 더 내오시겠다는 주인장님의 호의를

너무 배가 불러서 사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사실 다 조금씩 맛보고 싶었습니다.

이리하야.......메뉴에 있던 두어 가지의 메인은 증발해 버리고

생각도 못했던 멋지고 맛갈난 김치들이 메인이 되는 알흠다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 김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지평을 열어 준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앞에서 제기한 한식의 세계화의 문제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우리 김치를 그 신묘하고 독특한 음식철학의 핵심을 보존하면서 세계화할 수 있을까?

트리니다드엔토바고 사람들이 한국 김치의 맛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제가 뭐 한식의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깊은 편이 아니라서 질문도 유치원 수준에 머무는 게 사실이지만

한식 세계화가 그 패러다임과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높으신 분 마눌님께서 국고를 수십억씩 낭비하면서 자신 취미의 고상함을 거창하게 광고나 하는 것은

절대로 한식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하겠지요.^^




고가(풍경)이라는 이 집은 한 번 쯤 가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집입니다.

김치의 맛도 그 이유의 하나고, 열정으로 개발해 가는 세계화되는 한식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고.....

무엇보다 이집은 휴식 속에서 데이트 하기에 정말 딱인 곳입니다.


요렇게 예쁜 꽃들도 즐기고

이렇게 떼지어 모아 놓으면 이상하게 멋있어지는 장독대도 구경하고



또 이렇게 멋진 곳에 앉아 요렇게 예쁜 차를 마시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요.




무엇보다 전통한식의 개발과 세계화에 온 열정을 쏟아붓고 계시는 고가(풍경)의 주인장님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해주기 위해서 김포의 조용하고 예쁜 한옥집으로

발걸음 한 번 하시는 것도 참 좋은 일이겠습니다.









출처 : 사랑이 밥먹여준다
글쓴이 : 비내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