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갔었답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몸을 불린 뒤, 자리를 잡고 때수건으로 때를 열심히 밀기 시작했는데요. 설날 이후 몇 달만에 목욕탕에 와서 그런지, 칼국수 저만가라 할 만큼 검고 굵은 묵은 때가 계속해서 쑥쑥 나오길래 정신없이 벗기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펑하는 굉음이 들리는 겁니다. 저는 가스가 폭발하는 줄 알았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주위를 둘러보니, 목욕탕 한 귀퉁이 천정이 무너져내려 물이 사람을 잡아삼킬 듯한 소리를 내며 폭포수처럼 무섭게 아래로 쏟아지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천정 바로 밑에서 때를 벗기던 저와 엄마는 심장이 터질 듯 놀랬답니다. 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벌거벗고서 허둥지둥 물기둥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답니다. 잠시후 급하게 주인 아주머니께서 탕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수리를 해야되니 목욕탕 물을 꺼야 되니까 다들 나오세요. 수리하는 남자들 들어와야하니까 얼른요. ”
라며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그 목욕탕은 석달전에 주인이 바뀌었는데, 주인이 바뀐 후부터는 수도꼭지며 샤워기가 고장나도 도대체가 고칠 생각을 안하고 그대로 방치하기 일쑤였고, 사우나실도 온도가 낮아 들어가 앉아 있으면 오히려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어쩌면 이런 사고가 예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는 그런 목욕탕이었습니다.
손으로 비비기만해도 지우개가루가 쓱쓱 나올 정도로 몸이 적당히 뿔어 힘 안들이고 딱 벗기기 좋을 만한데 이대로 나갈려니 너무 아쉽더군요. 그래서, 엄마와 저는 무너진 천정과 멀찌감치 떨어진 쪽에 자리를 잡고서 다시 때를 밀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저희 머리 위에 있던 천정이 또 무너지더니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물줄기가 우리 가는 데마다 따라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우리를 쫓아다니는건지, 그날은 무슨 마가 낀 것 같더군요. 할 수 없이 때를 채 다 밀지 못한채 가지고 들어온 샴푸와 때수건을 바삐 챙겨 그냥 나갔답니다.
그런데, 들어온지 삼십분도 채안되었는데 막상 나가려니 찝집하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드라이기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 머리도 말리지 못한채 밖으로 나갔더니, 카운터 앞에서 사람들이 주인한테 환불을 해달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라고요. 주인은 목욕 다 했으면서 무슨 환불이냐 하고, 사람들은 방금 들어왔는데 나가면 환불 해주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싸움을 하고 있더군요. 저는 끼지도 못할 정도로 언성들이 높아지더군요. 할 수 없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하고 환불도 못받고 목욕탕을 빠져나왔답니다.
엄마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이나 노인이 피하지 못하고 다쳤으면 어떻했겠어요? 아무것도 안걸친 상태인데요.
저도 제 주변에 목욕탕 천정같이 방치하고 미루다 나중에 사고 날 일은 없는지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cb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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