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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숲] 숲이 하늘이 되는 힐링 여행길

° 키키 ♤ 2013. 5. 7. 00:55

↑ 편백나무 숲으로 잘 알려진 장성 치유의 숲 전경. 5~6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250만여 그루가 조림되어 있다.


산과 들이 온통 초록빛 세상이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추암마을에서 포장길을 30여분 올라 도착한 축령산 자락 장성 편백숲엔 250만여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광활한 숲을 이뤄 아득한 풍경을 자아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며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자 울창한 산림이 하늘을 가렸다.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그윽한 향기가 맑은 기운이 되어 온몸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느릿느릿 산길을 걷다보면 각박한 세상살이에 할퀴어지고 생채기 난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는,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섬섬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 축령산엔 어느새 생명의 기운이 북돋운다.

↑ 편백나무 칩이 깔린 숲내음 숲길의 탐방로


한국의 스피노자 춘원 임종국 선생이 조림


편백나무 숲으로 널리 알려진 장성 치유의 숲은 전남 장성군과 고창군의 경계에 있는 축령산(621m) 동쪽 자락에 넓게 위치한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와 대덕리, 북일면 문암리 등 3개리 주변 1,148ha에 5~6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조림된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 난대조림 성공지로, 최근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산림치유 즉 힐링(Healing)의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산림치유는 '휴식'기능보다는 '치유'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산림휴양과 차이가 있고 삼림욕보다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2000년 제1회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에 선정된 이곳은 조림왕이라 불렸던 독림가 춘원 임종국 선생으로부터 비롯됐다. 1915년 전북 순창에서 출생한 임종국 선생은 1987년 타계하기까지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1년간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금의 아름다운 숲을 조림했다. 그의 나이 28살 되던 1943년 고려대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소유인 광주 증심사 인근 야산에서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당당함과 숲의 푸름에 감명을 받고 이곳에서 씨를 받아다가 장성 읍내에 있는 선산에 심기 시작한 것이 그 효시다. 광복과 곧 이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격동기속에서도 임종국 선생은 양묘의 지식과 조림의 기법이 전무했던 시대적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수많은 답사와 끊임없는 연구로 이를 극복, 지금 자리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968년 닥친 극심한 가뭄 속에서 말라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20리길(약 8km)을 오르내리며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른 이야기는 그의 나무에 대한 열정이 어땠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 열정은 냉대했던 주변 사람들의 인식마저 바꿔놓았다. 임업이 경제성이 있음을 깨달은 산주들이 잇달아 조림에 착수했고 이를 계기로 산림녹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 축령산 동쪽자라에 위치한 장성 편백숲이 산림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 산림치유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임종국 선생이 조림할 당시 땅값이 평당 1원, 묘목 1본당 1원, 1인 노임이 1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조림사업의 확장을 위해 조상대대로 물려받았던 땅을 근저당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1987년 향년 72세로 작고할 당시 그 소유의 나무 한 그루조차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 나무들이 이제는 자라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결국 자신이 가꿨던 숲의 일부가 되었다.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숲의 국가적 차원의 관리 필요성에 대한 여론에 의해 2002년 4월 산림청이 분필 됐던 사유림을 매수하고, 2007년 체험의 숲으로 지정, 2010년 장성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2001년에 경기도 포천수목원에 마련된 '숲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을 헌정하고 2005년에 평생 동안 일구고 가꿨던 숲에 수목장으로 안장한 것이다. 지금도 안내센터 앞 기념비와 수목장을 한 10여m 높이로 자란 느티나무가 오롯이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다. 느티나무로 수목장을 한 것은 마을 어귀에서 당산나무 역할을 했던 것처럼 죽어서도 그러길 바라는 가족의 바램이었다.

아버지를 찾아 숲에 왔다 만난 임연옥(장녀), 임순갑(차녀), 임선균(5남)씨가 들려주는 선생의 "10년 후를 생각하면 자식을 교육시키고 20년 후를 생각하면 나무를 심어라"던 이야기에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격언이 떠올랐다. 숲을 통해 얻은 만큼의 행복을 우리는 선생에게 빚진 셈이다.

↑ 잎 끝이 뭉툭한 마름모꼴인 편백나무의 잎. 뾰족한 바늘잎을 하고 있는 삼나무와 다른 모습이다.


4개의 테마 숲길이 10.2km 이어져


본격적인 숲 탐방은 장성 치유의 숲 안내센터(센터장 김인중)에서 시작된다. 추암마을과 대덕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안내센터는 정상에서 뻗어 내린 축령산의 능선들이 포근히 감싸 안은 듯한 풍경이다. 안내 책자는 물론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숲을 찾는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061-393-1777~8, 장성 치유의 숲 카페 http://cafe.daum.net/mom-mamhealing)만 하면 숲길과 치유필드에서 삼림욕, 숲속 명상, 아로마 마사지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 편백나무 숲으로 잘 알려진 장성 치유의 숲 전경. 5~6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250만여 그루가 조림되어 있다.


안내센터에서 오른쪽 축령산 방면 안내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축령산 산행도 가능하다. 무인산불감시카메라와 전망대가 설치된 축령산 정상까지 거리는 600m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오르막 구간으로 이뤄졌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1km 떨어진 능선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헬기장과 임종국선생나무로 이어지는 임도로 내려올 수 있다. 거리는 600m. 안내센터를 출발해 정상을 거쳐 임도로 내려오는 건강 숲길 구간은 완만한 능선길과 빼곡히 들어선 편백나무 숲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치유의 숲은 이처럼 안내센터에서부터 이어진 임도를 따라 건강 숲길과 하늘 숲길, 산소 숲길, 숲내음 숲길 등 크게 4개의 테마 숲길이 구석구석 이어진다.

3~4m폭의 임도 옆으로 수종의 대부분을 이루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거인국의 병사들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라고 있다. 호위를 받는 듯한 풍경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기분만이 아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내뿜는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스트레스 완화와 진정작용, 알레르기 예방, 항균작용 등 생리적 작용을 통해 사람에게도 이로움을 준다. '식물'이란 뜻의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이나 해충, 곰팡이를 막기 위해 내뿜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이때는 빠르게 걷는 것보다 천천히 걸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장성 편백숲에선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효용을 활용한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경숙씨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나무에서 발산된 피톤치드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바람을 따라 숲 사이를 누비다가 그 향이 느껴질 때마다 하는 행동인데 모든 것이 멈춰진 듯한 숲이 순간 살아 숨쉬고 있음을 깨닫는다.

임종국선생나무를 지나는 산소 숲길은 약용식물 등 다양한 수목과 마주한다. 수종별 피톤치드의 양을 비교했을 때 침엽수에서 훨씬 많은 피톤치드가 발생되는데 그 중에서도 편백나무가 가장 많다고. 피톤치드의 영향인지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흔한 소나무가 이곳에선 몇 그루 밖에 없고 그나마도 죽어가고 있었다.

S자로 유연하게 휜 임도가 하늘 숲길로 이끈다. 걷는 것만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되는 하늘 숲길 곳곳엔 전망대와 쉼터가 설치되어 있어 다리쉼을 하며 하늘바라기에 더없이 좋다. 장성 치유의 숲에선 해마다 푸름이 절정을 이루는 8월에 '산소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다. 안내센터 앞에서 시작되는 숲내음 숲길은 편백나무 칩이 깔려져 있다. 구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부담이 없다.

사람에 의해 가꿔진 숲이 이제는 사람을 살리는 숲이 되어 돌아왔다. 그 숲에 들면 머릿속이 박하처럼 맑아진다. 마음과 몸속의 모난 돌도 동글동글 다듬어지는 소리와 함께 ⓜ

↑ 편백숲을 조림한 춘원 임종국 선생의 자녀들이 선생을 수목장한 나무를 둘러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information


산길

장성 치유의 숲은 임도(8.5km)를 중심으로 건강 숲길(1.97km)과 하늘 숲길(2.69km), 산소 숲길(1.96km), 숲내음 숲길(2.94km) 등 크게 4개의 길로 나뉜다. 건강 숲길은 축령산 주능선을 잇는 숲길로 축령산 전망대에서 편백숲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약 1시간 30분 소요. 하늘 숲길은 편백나무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하늘바라기 쉼터가 있다. 약 1시간 20분 소요. 산소 숲길은 치유필드의 약용식물 등 다양한 수목과 장성 치유의 숲을 조림한 고 임종국 선생이 안장된 나무를 지난다. 약 1시간 소요. 편백나무 칩이 깔려 피톤치드가 그윽한 향을 내뿜는 숲내음 숲길을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편백칩 로드(0.19km), 습지 데크(0.45km), 명상 쉼터(15개소), 하늘바라기 쉼터(180m), 통나무 의자 (106개소), 야외 데크(4개소) 등의 시설물들이 갖춰져 있다. 숲을 가로 지르는 임도가 추암·대덕·모암·금곡·문암 등 5개 마을과 이어져 여러 곳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장성IC에서 호남고속도로 가작교차로로 나가 장성, 상무대 방면으로 좌회전해 24번 국도 장성교차로로 간다. 교차로에서 함평, 해보, 상무대, 평림댐 방면으로 우회전 한 다음 상무로 24번 국도 고가도로를 이용해 장산사거리에서 통안(홍길동생가, 필암서원) 방면으로 우회전 한다. 추암로 추암, 축령산휴양림 방면으로 우회전 하면 치유의 숲까지 20여분이 소요된다. 고창담양간 고속도로에서 서장성(물류)IC를 이용할 경우에는 첫 번째 출구에서 우회전한 후 서삼면 소재지 좌회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모암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해 통나무집을 지나면 치유의 숲까지 10여분 소요된다.

숙박

토루황토펜션

토루황토펜션은 레스토랑과 천연황토방, 전원교회, 생태유치원, 황토체험관 등 황토 관련한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야외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가 가능하고 200명이 동시 수용이 가능한 강당도 마련되어 있다. 천연황토와 나무만으로 지은 펜션은 7평형(4~5명) 3만원(주중 할인요금)부터 45평형(최대 30명) 10만5천원(주중 할인요금)까지 비요이 다양하다. 펜션 앞 토루판매장에선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상품들 구매가능하다. 문의 전남 장성군 남면 마령리 550번지 토루황토펜션 (061-393-7555)


출처 : 푸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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