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박영배 詩人님

[스크랩] 들리지 않는 소리

° 키키 ♤ 2011. 2. 20. 23:01

들리지않는 소리

 (명절 이야기)

                      惠園 박영배

 

 

이맘때면 한 아름  소망 안고 줄을 이어 달리는 귀향 물결,

장 시간 피곤 함도 마다 않고 품 안으로 달려드는 고사리 손길

오랫만에 느껴보는 따스한 체온들,

만나서 감사하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그러나 육신이 삯아간다는 것에 가슴 아파하는 순간들이다

 

순식간에 집안은 사람소리로 신발이 나뒹굴고 

부엌살림들이 뒤죽박죽, 대청마루가 덜컹덜컹

꼬맹이들 웃는 소리가 담을 넘고

고기 굽고  전 부치는 냄새 속에서 쏟아지는 웃음소리들

 

해가 지고 밤이 오고, 또 해가 뜨고 지고

떠나는 손자들 뒷꼭지를 볼 때까지 

기역자로 다 굽은 허리, 쑤셔대는 삭신으로 부엌을 드나들며

밥 때를 맞춰 내면서도 한시도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어머니,

 

노을이 진 터 밭에서 여름 내내 거둔

무릎 뼈가 실려 나가고, 허리 뻐 가 실려 나가고

빈 곡간을  쳐다보며 더 못줘서 눈시울 적시는

어머니 한숨 소리를 그때 내가 왜 못 들었는지 모른다  

 

           

 

명절 내내 고생만 하시고

이것 저것 담아주시는 늙은 어머니 들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출처 : 추억의 책장을 열면
글쓴이 : 혜원 박영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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