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영록 詩人님

[스크랩] 목선 한 척 길을 잃다 - 최영록

° 키키 ♤ 2012. 11. 6. 02:05

목선 한 척 길을 잃다   외 1편

-배무이* 신영수를 노래함    

-대학 강단에 섰다 중학교 작파한 배무이가 목포대 군산대 제주대 대불대 대운동장에는 뜨는 해 지는 달이 함께 노니는 바다가 일러준 수평과 수직을 옹골차게 짜 맞춘 목선 한 척이 조금발을 타고 마른 파도에 넘실대고 있다-

 

                                                                                                                                                      최 영 록

 

 

 

"바다마다 성질이 다 달라야. 동해는 앞 파도가 거칠고 물살이 징허게 빠르지. 그런 바다에서는 선수를 높여야 침몰하지 않는거여. 알기나 혀? 서해는 북서풍, 남동풍이 만날 부니께 옆 파도가 오지게 드세부러. 뱃폭이 넓어야 혀. 앞머리는 놀란 자라목으로 잔뜩 낮춰야 허고....."

 

목포 제일가는 배무이집 통사정해 들어가

종살이 십여 년에 물려 받은 현도법(現圖法) 교본

물에 대한 저항계수를 줄이는 게 배 만드는 요체라고

저항을 못 이기면 배는 갈앉는 법이라고

저항계수가 0인 배는 없는 법이라고

그러면 그게 배가 아니고 뭣이냐고

뜨는 게 아니라 훌러덩 날아가 버린다고

사람 사는 이치도 꼭 그러하다고

 

조선소 불태워 보내고 석 삼년 종살이에 깨친

배뭇는 법 자식뻘 아이들에게 모두 풀어 놓았다

갯바람에 목주름 이랑이 돛폭으로 투레질하는

배무이 얼굴이 희떠운** 부력으로 일렁였다

자기 좋아서 자기 일 하고 사는

돈만 빼놓고 다 있는

놀러가도 한사코 바다로만 가는

 

배곯아 시작했지만 시방도 배뭇는 일이 더 좋은

쪽배가 길 떠나는 그 느리고 충만한 바다는

어기야디야 대패질로 다듬질 한 수천 수만 마지기

파도밭의 흐드러진 흰 갯메꽃 무더기라고

삼학도 엄지발가락에 차인 제재소집 머슴 끝둥이

납 신(申)에 헤엄칠 영(泳)에 물가 수(洙)자를 쓰는

천상 전설의 배무이 내리머슴 신영수 화상이라고

 

 

 

 

 

*조선(造船)의 문화어. 배 뭇는 일. 배를 만드는 일.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북한말.

**몹시 궁하면서도 소인과 같은 행실이 없이 손이 크며 마음이 넓은.

 

 

 

 

 

 

활을 쏘다

 

 

                    1

만작(滿酌)*으로 뒤집어져야

멀리 날아가는 활대의 통증

 

바람으로 조였다 풀어내는 찰나의 빈 틈을 본다

 

절정에 이를 때까지

잡아당기는 세상의 닻줄

 

                     2

허리춤서 빼낸 화살오늬

끼운다 시위절피에

 

태산을 밀어내고 범꼬리를 당기듯이**

 

과녁과 하나 되는 몸

억장시름 관중(貫中)으로 날려 보낸다

 

 

 

 

 

*사대에서 절정에 이를 때까지 활시위를 잡아 당기는 것으로 가장 좋은 발사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과정.

**궁사들 사이에서 교범으로 통하는 활을 쏠 때 활대를 밀고 시위를 당기는 올바른 마음 가짐과 자세를 일컫는 말.

 

 

 

 

 

 

 

 

 

 

                                                                             

 

 

출처 : 시와시학시인회
글쓴이 : 최영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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