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아, 편지가 한 통 왔는데 세상에... 10년 전에 너한테서 온 거다."
임용고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늘, 어머니께서 의아한 표정으로 제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건네셨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오직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제 학창시절의 이기적인 생각을 선생님 한 분이 180도 바꾸어놓았습니다.
정충기 선생님... ROTC 장교 출신이었던 그 선생님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닦달하기보다 삶의 귀감이 될 만한 이모저모의 이야기를 해 주시며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의 우정, 학창시절의 추억임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다른 반과 달리 단합대회를 가진 후 즐거움에 들떠 있는 우리들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 필기도구를 꺼내서 선생님이 주는 편지지와 봉투에 10년 후의 너에게 편지를 쓰도록 해라."
그 당시 아이들은 십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색다른 제안이 재미있어 이미 어른이 되어있을 자신에게 한 글자 한 글자 편지를 쓰기 시작했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편지가 10년이 지난 오늘, 제 손에 도착한 것입니다.
편지를 읽는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10년 전 꼬맹이 '김영웅'을 만난 것도 감동이었지만 혹시나 주소가 바뀌어 편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편지봉투에 선생님께서 적어놓으신 문구는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이 편지는 10년 전 학생들의 '자신을 향한 편지'입니다. 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하니 살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편지를 일일이 아이들에게 보내 놓고 드디어 담임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하신 선생님... 아마 저희 반 말고도 그 이후에도 쭉 이런 감동을 이어오고 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게 선생님을 본받아 꼭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신 선생님! 당신의 따뜻함이 삭막해진 제 마음을 녹여줍니다. 그 감동과 사랑,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 김영웅 (사랑밭새벽편지) -
별처럼 아득한 꿈을 안겨주신 선생님, 소금처럼 귀한 소망을 갖게 하신 선생님...
- 고맙습니다,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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