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유자/청묵
모가 엇물린 야트막한 돌담너머에
파란 양철 지붕을 보면 유자 향기가 난다
바싹 깎은 머리 위로
가을 해는 한 뼘 만큼 남았는데
머릿수건 속의 쪽 빛 얼굴이
까치 발 돋음에도 어림없다는 듯
소슬 바람 사이로 흔들거리며
탱글탱글한 그녀를 훔쳐 본 오후 내내
바지춤의 극장표만 움켜쥐고
돌부리에 헛발질만
하루해를 다 쓰고도
달려가고 싶은 그 집 지붕위에
속 타는 달이 높게 다시 걸리면
날을 함께 세운 베게에서
담을 넘은 유자 향이 난다
풀 이슬에 고무신이 질컥거려도
돌담 너머에 깡총 뜀질로 바쁘고
짝사랑 눈빛에 멍이 되어버린 얼굴을
오늘 에야 달덩이
어젯밤 그 빛으로 볼 수 있네
2012. 1. 6 유자 향기에 짝사랑을
상상해 보다.
'누리 · 담소 조은미 詩人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빗 ( comb ) (0) | 2013.07.23 |
---|---|
[스크랩] 봄 비 (0) | 2013.07.23 |
수돗간의 달님 (0) | 2012.07.06 |
[스크랩] 행복을 찾을 때 (0) | 2011.12.19 |
[스크랩] 겨울 비 오는 소리 (0) | 201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