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 담소 조은미 詩人님

사랑 유자

° 키키 ♤ 2012. 7. 6. 14:54

 

 

 

 

 

 

 

 

사랑 유자/청묵

모가 엇물린 야트막한 돌담너머에
파란 양철 지붕을 보면 유자 향기가 난다

바싹 깎은 머리 위로
가을 해는 한 뼘 만큼 남았는데

머릿수건 속의 쪽 빛 얼굴이
까치 발 돋음에도 어림없다는 듯

소슬 바람 사이로 흔들거리며
탱글탱글한 그녀를 훔쳐 본 오후 내내


바지춤의 극장표만 움켜쥐고
돌부리에 헛발질만


하루해를 다 쓰고도
달려가고 싶은 그 집 지붕위에

속 타는 달이 높게 다시 걸리면
날을 함께 세운 베게에서

담을 넘은 유자 향이 난다

풀 이슬에 고무신이 질컥거려도
돌담 너머에 깡총 뜀질로 바쁘고

짝사랑 눈빛에 멍이 되어버린 얼굴을
오늘 에야 달덩이

어젯밤 그 빛으로 볼 수 있네

2012. 1. 6 유자 향기에 짝사랑을 
상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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