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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양로원 일기에서

° 키키 ♤ 2011. 11. 22. 03:20

 

 

 

 

어느 양노원 일기에서..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
할일 없고 쇠하니
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 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줄 놓아 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 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 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 만이
유일한 낙(樂) 이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 띠 졸라매고 최고 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든들
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외롭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몸은 쇠약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 하더이다.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 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같은 마음으로.....


Michael Hoppe - Some other time
                                                                       

가져온 곳 : 
블로그 >늘푸른 (Ever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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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늘푸른|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