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남성인 A씨는 약 3개월 전 아침에 출근을 하다가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타 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심장에 심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느낀 A씨가 급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통증 때문에 운전할 수가 없고 마침 A씨의 부인은 지방에 출장 중이어서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마침 자주 세탁물을 맡기던 세탁소 직원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인근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응급실에서는 심근경색증으로 진단하고 즉시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권유했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한 후라서 어떤 시술이라도 살려만 준다면 감히 거절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에 혼자서 입원동의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서류에 서명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일이 닥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증상이 발생하고 5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해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약물치료와 심장의 관상동맥 한 곳에 스텐트(stent) 시술을 할 수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3일을 머무는 동안 “자신하고 있던 건강이 한 순간에 무너진 듯한 허탈감”, “이게 바로 늙고 병드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래도 반신불수 같은 후유증이 크게 남는 질병이 아닌 것에 대한 안도감” 등 만감이 교차하면서 65년 동안 깨닫지 못한 인생을 다시 돌아 보게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담당 교수로부터 “심장근육의 일부에 괴사가 있다”라는 설명을 듣고는 내 몸의 일부 그 중에서도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의 일부가 죽었나 하는 생각에 죽음이 바로 근처에까지 온 듯한 두려움까지도 느꼈다.
다행히도 현재는 회복되어서 일상으로 복귀했다. 심근경색과 같은 혈액순환 장애를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내 진료실에 찾아 왔다.
심근경색증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성인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정상인보다 약 2~6배 정도로 많이 발생한다. A씨는 평소에 해마다 건강검진을 했고, 수년 전부터 경미한 고지혈증과 경계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식이요법과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음주는 즐기지 않고, 35년 간 하루에 반 갑 정도 흡연했다. 체중은 군대시절부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 2킬로 그램이 늘어난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A씨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A씨는 작년에 20년 이상 믿었던 미국 측 사업 파트너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서 국내의 거래처에 납품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파트너를 만나러 미국까지 가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 오는 일들이 생기면서 A씨의 사업에 타격을 받았다. 사업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타격은 물론, 오랫동안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잠을 잘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거의 1년을 힘들어 하는 중에 심근 경색이 발생하기 한 달 전에 전달된 파트너의 소식은 더 기가 막혔다. 2년 전에 발생했던 대장암이 재발해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청천 벽력과 같은 소식에 A씨는 더욱 괴로웠다고 한다.
A씨는 수개월 간 지속되는 이명과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말초신경장애, 기억력과 집중력 감소도 호소하였다. 경동맥초음파 검사에서 좌측 경동맥이 혈전에 의해서 약 40% 정도 좁혀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 결과는 관상동맥 장애와 70% 이상 일치한다. A씨의 심근경색증은 작년에 경험한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스트레스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올리고, 고지혈증, 당뇨병을 악화시키며, 혈액의 점도를 증가시켜서 심근경색증,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올린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발병하기 전에 특이하지 않은 전구 증상이 적어도 5~6번 발생한다고 하는데, A씨는 기억력 감소, 집중력장애, 이명 등이 전구 증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A씨가 이런 증상에 대한 전문 진료를 일찍 했다면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할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년 이후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심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더욱 더 몸의 신호에 주의해야 한다. A씨는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했지만, 심근경색증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은 매우 크다. 또 재발의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예방보다 더 좋은 치료는 없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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