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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

° 키키 ♤ 2012. 12. 30. 16:11

나는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가 되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햇빛과 바람으로 거칠어진 그들의 턱수염을 밀어주는
이발사가 되고 싶다

비록 내 가위질은 서툴겠지만
나귀처럼 가위는
스프링이 낡은 의자에 앉아 있는
그들의 삶을 위로해 주는 말을
속삭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발소에서
처음 읽었던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던
허름한 액자에 걸려 있던 시

삶은 끝내 가난한 그들을 속이고
나도 속였지만
나는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가 되고 싶다
세평 좁은 이발소에
난로를 피우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수증기 뽀얀 유리창 너머
자작나무처럼 하얀 성탄절의 눈을
기다리겠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의 머리를
聖誕木처럼
아름답게 깎고 다듬어 주겠다




이준관님의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             -cbs제공-

출처 : 사랑그리고행복
글쓴이 : 하늘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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