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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 키키 ♤ 2012. 3. 27. 01:31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느 아가씨가 공원 의자에 앉아 고즈넉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신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책을 마저 보고 갈 참 이었습니다. 
    방금전 가게에서 사온 크레커를 꺼내어 하나씩 집어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 했고 시간이 얼마쯤 흘렀습니다. 
    크레커가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 싶어 
    곁눈질로 보니, 아니!? 곁에 앉은 그 노신사도 슬며시 
    자기 크레커를 슬쩍슬쩍 빼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노인네가..." 
    화가 은근히 났지만 무시하고 크레커를 꺼내 먹었는데, 
    그 노신사의 손이 슬쩍 다가와 또 꺼내 먹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의 신경은 
    크레커와 밉살 스러운 노신사에게 잔뜩 쏠려 있었습니다. 
    크레커가 든 케이스는 그 둘 사이 의자에서 
    다 비어 갔고,  마지막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녀는 참다못해 그 노신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 이런 웃기는 노인이 다 있어?" 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얼굴까지 열이 올라 쏘아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소리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별꼴을 다 보겠다고 투덜 대며 
    자리를 일어나려던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사가지고 온 크레커는 새 것인 채로 
    무릎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그 노신사의 크레커를 집어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오히려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던 노신사. 하지만 그 노신사는 정신 없는 그 아가씨에게 
    크레커를 빼앗긴게 아니고,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제 것도 아닌데 온통 화가 나서 따뜻한 햇살과 
    흥미로운 책의 내용조차 잃어버린 그 아가씨는 
    스스로에게 이 좋은 것들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오백원 짜리 크래커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그대 오시는 길
    
                               까치.김정선
    메밀꽃 필 무렵 아직 이른데 그리움은 하양 넘쳐나
    들뜬 가로등 사이로 희뿌연 밤안개도 안타까움이다
    속내 다 내보일순 없지만 멀리 있는 정인이 더욱 그리워
    산등선 외로운 달빛은 항상 앞질러 달려 가더라
    보고싶어 소리쳐 부른 너의 얼굴 그대로
    그대, 바닷새되어 한달음에 큰 날개 저어와도
    난 여느때처럼 바람부는 그 강가 옛사랑에 묻혀
    눈물로 얼룩진 별빛을 헤고, 산다는 것에 핑계 하나 더
    마음은 가난하고 생각만 덥수룩한 만남으로 굳어가고 있다
    서성이며 조약돌만 연실 쪼는 작은 물새처럼
    메밀꽃 송이송이 눈물로 필 무렵
    바람부는 강가엔 어김없이 그리움 무성할 것이고
    그대 오는 길 어디쯤 또,
    앞질러 튀어오른 달
    질긴 보고픔이겠다
    
  
    
    

     

     

출처 : 화려한 침묵
글쓴이 : 화려한 침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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