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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억의 종로거리를 더듬다...

° 키키 ♤ 2011. 9. 29. 16:26

 

 

종로...

학창시절 종로는 젊음이 넘쳐나는 거리였습니다.

 

어찌보면 명동과 더불어

종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였었지요.

 

요즘도 가끔 이차저차한 일들로

종로거리를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옛생각들, 옛추억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후비고 지나가곤 하지요.

 

그만큼 종로는 우리세대에 친숙한 길이었습니다.

 

탑골공원...

종로3가...

 

언제부터인지 이곳은

젊음의 쓰나미가 물러가고

실버의 거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낮시간동안에는

젊은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고

온통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의 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추억의 종로를 더듬다...

 

몇일전...

오랫만에 젊은 시절 추억이 묻은 종로에 나갔습니다.

 

종로에 가면 왠지

다시 그 시절처럼 젊어 질 것 같았고

잊혀진 얼굴 하나 우연히 마주칠 것 같고

삶의 활기가 넘쳐 날 것 같은 묘한 예감이 있다고 할까요?

 

아직도 그 거리를 가득 메운

북적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고

같은 또래들의 끈적한 어울림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종로라는 위치가 대학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취향의 유흥가도 아니고 뭐랄까요?

 

그 시절을 함께한 우리들 마음속에 

종로가 추억속을 맴도는 것는

그래도 7-80년대의 통기타와 맥주문화가 어울리는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명동의 통기타 문화도

사실 제가 20대였던 80년대 중반에는 한풀 가는 시기였었고...

 

그리고 또 하나의 잊지못할 추억은

당시 젊은이들의 미팅장소로 종로가 가장 많이 선택되었었다는 것...

 

강북에 많이 위치한 여대들과

교통이 편리한 곳이 예전에는 종로였지요...

 

그래서 종로가 우리세대에는 가슴속 깊은 추억으로,

잊지못할 기억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을이 깊어지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갈 즈음이면

그 시절 추억의 깊이가 더해 가는 것 같습니다.

 

관철동 안에는 유명한 연타운, 연빌리지, 슈바빙, 파인힐, 종로타운 등

거의 빌딩형 대형 호프집들도 많았었지요...

 

그리고 YMCA 뒷골목으로 가면

허름하고 값싼 대중식당과 학사주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가장 자주 찾던 곳은 인사동쪽으로

제일 끝에 위치한 택호없는 막걸리 집이었죠..

 

언젠가 추억을 더듬어 친구와 그곳을 찾았을 때

그 친구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골목에 아무런 택호도 없이

마치 화장실이나 허름한 창고입구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득 들어찬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장관...

 

누군가 벽에 '와사등'이라고 택호를 적어놓아

그냥 우리끼리는 '와사등'이라고 불렀죠...

 

자리는 그대로이고

낙서한 벽도 그대로인데...

 

뭐랄까..

같이 간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집은 추억만 팔아먹고 있군..."

 

맛이 없어진 막걸리...

전보다 넓어진 공간...

그리고 지저분하고 시끄럽긴 마찬가지지만

왠지 성의없어 보이는 이면수구이...

 

전에는 같은 탁자에

두명씩 두명씩 합석도 하곤 했었습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도 그 동네에서 제일 싼 술집이었죠...

 

옆사람과 옆구리를 부딪히면서도...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마시고,

친구들과 왁짜하게 떠들면서 빈속을 채웠건만...

 

성의없어 보이는 세숫대야(?)의 막걸리...

그리고 맛대가리 없는 안주...

 

아무튼...

더이상 예전의 그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아니...

요즘처럼 황금만능시대에 그시절 고리타분한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내마음이 이기적이었겠지요.

 

차라리 그 옆의 새로 단장된 학사주점이

더 깔끔하고 싸고 좋아 보이는 것은...

 

함께 추억으로 돌아가려했던 친구들과

결국 거기서 기본으로 막걸리 한 주전자와 이면수 안주, 합 12,000원...

그리고 배고프다는 서툰 핑계로 돼지고기 안주 하나 더 먹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곳의 변해버린 인심에 서운치 않았음은

빛바랜 옛추억 하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출처 :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
글쓴이 : 봉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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