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

[스크랩] 토끼 풀 시계 꽃

° 키키 ♤ 2011. 9. 10. 22:59

 

토끼 풀 시계 꽃

 

 

 

 

햇볕이 장대 같은 나무를 올라타 세상을 누르고 있습니다. 세상은 헐떡거리며 여름나기로 나설 때 가지런히 세상을 올려보는 잔디위로 시계 꽃이 서서 나를 부릅니다. “여기 좀 봐 달라”며 눈깔 짓하는 시계 꽃 유혹에 이내 여섯 살 시골하늘에 내가 서있습니다.

 

 

 

 

 

필름이 돌고 있습니다. 풀밭사이로 올라선 시계 꽃을 꺾어 엄마는 손목에 채워주셨습니다. 예쁘게 역인 시계 꽃은 엄마를 따르는 내 종종 걸음사이로 햇빛 받으며 시간을 내게 묻고 있었습니다. 지금 몇 시야? 엄마는 묻고 또 물으며 사랑을 담아 행복한 미소를 유월햇살의 종종걸음사이로 뿌려대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시계 꽃을 한 아름 꺾어 내손에 쥐어주며 구름에 사랑실어 햇살과 대화를 하셨습니다. “우리 이렇게 산다우”..... 어머니와 내가 시계 꽃 사랑으로 한편의 동화를 그리던 시계 꽃이 오늘 더 아름답게 내게 스며듭니다.

 

 

 

 

 

 

 

 

그 후 난 들녘에 서면 늘 시계 꽃을 차고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동심 속의 소꿉장난이라도 할 때면 이내 어머니 같은 색시를 만들어 풀을 뜯어 만든 돌그릇 밥상에서 행복한 넋두리를 나누고는 했습니다.

 

 

 

 

시계 꽃은 때로는 꽃목걸이가 되어 내목에 걸렸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아버지가 되고 왕자가 되고 배우가 되어 여섯 살 가장의 소꿉장난 속에서 행복한 동화를 그렸습니다. 하늘에 바람찬 제비가 더위 먹어 헐떡거리고 오월 보리는 하늘향한 수염의 늙은 배부름으로 우리를 불렀습니다.

 

아카시아가 떠나며 불러낸 장미가 탱자나무 사이에서 인사할 때도 유월 시계 꽃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꽃이 되어 꿈속에서 피어나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시계 꽃이 오늘 또 나를 내 어릴 적 저고리 묻힌 들녘에서 어머니 옷고름 사이에 묻어 흐르며 미소를 더듬게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치마폭이 들녘에 앉으면 새파란 잔디사이로 돋아나던 시계 꽃은 사랑으로 엮은 어머니 그 크고 넓은 선물이었습니다.

 

 

시간을 볼 수 없지만 어머니의 사랑만은 볼 수 있었던 그때의 시계 꽃이 나를 오늘 행복한 여행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오늘 난 시계 꽃을 꺾어 여섯 살 내 손목이 아닌 곱쟁이하고도 넘을 십 수 년의 세월 속에서 다시차고 하늘아래 시골들녘으로 행복한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어머니도 만나고 고즈넉한 여유가 흐르는 내 고향 하늘아래에서 소꿉장난도 하고 시계 꽃 사랑을 더듬고 왔습니다. 시계 꽃~ 내 엄마 사랑으로 만든 시계 꽃이 오늘 더 그리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출처 : 필통(feel 通)이야기
글쓴이 : 프라하의 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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