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마침내
민초/李 明淑
때론 아무도 나를 해하지 않건만
나 스스로 무너지려 하고 있다
내 삶을 태워
소유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젊음의 연소 작용이 다 끝난 뒤
난 추억할 아름다움으로
무엇으로 손꼽을 수 있는가?,
이제 좀더 오랫동안
아니
발목이 시리도록
부드러운 흙을 밟을 수 있으면
세월의 매연에 찌들은 내 그림자에
해묵은 때를 벗겨 내고
흙내음, 아니 갯내음에라도 젖어 들고 싶다
이 음습한 세상에서 펼쳐져 가는
가슴 저미던 여인살이에서
나,
아이의 손에서 버려진 인형처럼
하나님의 손에서 버려질까?,
어찌할 수 없어
파득거리는 작은 날개짓
주님,
당신이 손수 어루만져 가옵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내 기억 속에
당신의 어루만지심이
가장 뚜렷한 추억으로
감격하는
그리하여 마침내에는
그러한 여인네가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