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들을
운암/배정규
오늘은 그대로 향하는 마음 다스릴 수 없어
옛 그 길을
그 장소들을 떠 올려 봅니다
비록 나뭇잎 떨어지고
고요함의 정적만이 묻어 나지만
그곳엔 그대의 체취가 맞아짐은 웬일입니까
길은 스산스럽고
차가운 바람만이 불어오지만
그 바람소리조차
임의 음성만 같아 다정스럽습니다
차거운 공기도 신선함을 더하여 주는 것은
그대의 영상이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엽 딩굴어 바삭 발에 밟힘도
정겨운 음악이 됨은
그 때 그자리의 그 낙엽인듯 싶습니다
그대 향하는 마음이 지극 정성하여
그대의 따스한 온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합니다
그 때를 추억함이
오히려 아름다움이며 행복입니다
그 길은 두둥실 구름 위 걷는 길
한없이 포근했던 길이였습니다
그 추억 간직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 아스라함은
이루지 못함의 아쉬움 때문일겁니다
마음 밑자락에 자리했던
아직은 생생한 기억들이
오늘 종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