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고드름
운암/배정규
어느 한적한 응달진 처마에
쓸쓸히 매달린 고드름
따사로운 햇빛 받아
자기 몸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지 모른체
그 따사로움 즐기다가
흔적조차없이 사라지는
슬픈 운명의 고드름이여
왜 태어나
이다지 속절없이 사라져 가느냐
사랑 잃은 아픈이의 눈물처럼
한때 행복하고
황홀한 사랑을
맥없이 강물처럼 떠 내려 보낸 후
뒤 늦게야
그 소중하고도 귀한 사랑을
정성 다해
아름답게 보듬고 가꾸지 못하여
홀로 남겨져 가슴앓이 하는가
고드름은 흔적없이
사라지기라도 하련만
가슴 깊이 남겨진 사랑으로
오늘도 아파하는
아 슬픈 고드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