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단상
늘봉 한문용
긴 밤바람에
흘러내리는 눈물
손등으로 얼른 훔치고 또 훔쳐도
글썽글썽 내리는 회환을
참을 수가 없다.
곪아터진 상처로 응어리진 아픔들이
왜 내 얼굴을
이다지도 망가지게 하는가.
날을 헤고 별을 주어 담은 숱한 세월
빈 그릇에 넣어도 넘치지를 않아
손을 깨물고 입술을 으깨어도
피 한 방울 나질 않는다.
침이 마르고
협심증 환자처럼 가슴은 답답한데
타는 갈증 축여 줄 사람이
따뜻한 손길로
뭉친 가슴 쓸어줄 사랑이
혹여 이 밤 오시기는 하겠는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문풍지 두들기며 다가오는
동짓날 밤만
길게 늘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