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 늘봉 한문용
지금 한참 남은 겨울자락
에는 바람
돌 밑 남은 잔설
봄은 아직도 멀리 있다.
더디 오는 세월을 탓함인가
경옥(硬玉)같은 제 뼈를
하늘 위로 내밀고
한 풀이 웃음으로 깔깔댄다.
봄의 전령세한삼우(歲寒三友)
홍매화
고통으로 일그러진
못생긴 굵은 줄기 사이로
하늬 세월 아픔 딛고
잎보다 먼저 핀 다홍치마 붉은 꽃
옥 그린 처녀 형상
애교 섞인 수줍은 웃음 흘려
봄을 흔들어 깨운다.
작은 꽃잎 하나
붓에 적셔 그린 후에
송죽의 푸름을
진한 그리움 아래 숨겨놓고
곷향기 몰래 피워 봄을 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