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 늘봉 한문용
어둠이 걷히고
낮게 드리운 해무가
열린 내 바다 위에서 솟는 햇빛에
하얗게 깬 수잠
한겨울 에는 냉기에
청둥오리가 꺼이꺼이 울음을 토해내듯
야윈 어깨 흐느끼며 고요의 노래 타고
차마 이 밤 지나 왔거늘
백설이 찬란한 이아침
피붙이보다 아끼는 이들을 다 내어주고
의미 없이 돌아선 한 해
돌아보면 애잔한 그리움 뿐
삶의 버거움
대신 할 수 없었던 세월
오늘
여명에 내딛는 이 걸음은
없는 이를 보듬는 내 소원의 기도라
이 해의 끝자락
그림자 밟고 떠오르신 이여
어서 암울한 세상
걷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