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여운 * 행복 글

[스크랩] 가슴을 바꾸다

° 키키 ♤ 2011. 5. 30. 00:23

 

 

가슴을 바꾸다


                                     글 / 임 현 정(1977 ~      )


한복 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

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

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

아기의 조그만 입슬과

한 세상이 잠든

고요한 한 낮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는데


촌스럽다며

줄자로 재어준 가슴이라는 말

브레지어 안에 꽁꽁 숨은 그 말

한바탕 빨리고 나서 쭉 쭈그러진 젖통을

주워 담은 적이 없는 그 말


그 말로 바꿔달란다


저고리를 늘리러 갔다

젖 대신 가슴으로 바꿔 달다.


출처 : "전 온" 시인의 블로그 "나 루 지 기"
글쓴이 : 전 온 시인 원글보기
메모 :